인도적 차원에 비중

입력 1994-04-14 12:55:00

시베리아의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유보적 태도를 지켜오던 정부가 마침내 이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김영삼대통령은 13일 관계부처에 이들에 대한 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라는지시를 내렸다. 김대통령은 이에앞서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과회담을 위해 러시아로 떠난 한승주외무장관에게도 러시아 당국자들과 이 문제를 진지하고 심도있게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밝혔다.러시아의 극동지역과 중앙아시아지역등에 잠적해있는 작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1천여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탈출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 방침을 정한것은 지난1일로 알려졌다.

홍순영외무부차관이 주재하고 통일원, 외무부, 법무부, 안기부등의 국장급이참석한 관계부처대책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귀순허용 원칙을 정했으나 보다민감한 사안인 핵사찰문제와 관련 북한측의 반응을 염려해 이 방침은 즉각 발표되지 않았다.

정부내의 여론은 동족의 불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12일 러시아를 방문중인 한외무를통해 탈출 노동자 가운데 소재파악이 가능한 2백여명부터 순차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됐다.

그러나 이 계획은 지난 6일 김대통령이 러시아의 북한 벌목인부 90여명이 우리 총영사관과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공식발표가 유보됐다.

역시 핵사찰문제와 관련한 북한측의 반응, 북한-러시아간의 외교분쟁으로 발전할 경우 러시아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특히북한핵 문제로 러시아의 협조를 필요로하는 우리정부로서는 무엇보다 러시아정부와 사전 외교교섭을 통한 여건조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북한탈출 노동자들이 처한 인권상황은 이들을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 국제기구를 통한 한국송환에 문제가 없으나 북한은 이들을 {범죄도피자}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에 구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사법공조조약}의 적용문제를 둘러싼외교분쟁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후 지난 8일 알렉산드르 파노프 외무차관을 통해 한국정부가 원한다면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겠다고 천명, 이 문제에 관한 러시아와의 외교교섭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김대통령의 {다각적 검토}지시는 바로 이같은 유보된 정부방침을 실행에 옮기라는 지시로 풀이되며, 코지레프 러시아외무장관과 한외무사이에 실무절차상의 합의가 이루어지는대로 북한탈출 벌목공들의 한국귀순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지난해 이인모노인을 북한으로송환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분위기조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남북간의 대화와 협상이 깨지는 빌미와 여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벌목장 탈출노동자 귀순문제, 패트리어트미사일의 한국배치, 팀스피리트훈련 재개결정등을 유보해 왔으나, 북한은 이에 부응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있다고 정부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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