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통곡의 벽

입력 1994-04-14 08:00:00

세계 도처에서 이데올로기 대립이 해빙기를 맞고있는 시대적 흐름에서 한반도만이 동떨어져 떠있는 빙산의 외딴섬인가.베를린의 높은 벽이 허물어지고 통일의 염원이 양분된 민족을 하나로 묶었을때, 민족대화합의 환호의 물결 앞에서 주둔군측인 미.소는 내키지않는 저의를감히 내비치지도 못하고 함께 축하의 잔을 들어주었다.

세계지도를 한참 들여다 보아야 겨우 눈에 들어오는 작은 영토를 그나마 둘로 쪼개어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조국의 현실을 슬퍼하고 해결을 위한험난한 길을 걸어갈 진정한 주체는 바로 우리 민족뿐이다.

근 50년간 휴전선을 마주하여 대치한채 양쪽에서 쏟아부은 막대한 군비와 노력을 민족의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돌릴수 있었다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약소국의 설움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을게다.

북핵문제로 남북긴장이 고조되고 전쟁불사라는 극한처방이 미국에서 운운되며 패트리어트까지 배치되는, 우리 민족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운명적현실앞에 암울해진다. 북한은 체제유지보다 민족 대화합의 대명제를 향해 남북대화의 문을 활짝 열기를 염원할뿐이다.

유대인이 나라를 잃고 유랑민족으로 수난을 받았으면서도 그들의 고난의 역사를 통곡하며 이스라엘의 회복을 기도드렸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처럼 우리의 휴전선에도 {통곡의 벽}이란 공동의 장을 만들면 어떨지? 비록 벽뒤쪽에는 북에서, 이쪽에는 남에서 온 동포들이 민족의 아픔을 통곡하더라도 그 아픔은 한 겨레의 공감대로 깊어져 민족통일의 저력이 되지 않을까. 민족분단의휴전선이 고착된 국경이 아니라 통곡의 벽이 되어 민족의 양심을 찌를때 통일의 염원은 현실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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