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골칫거리 떠넘기기

입력 1994-04-14 08:00:00

**부처 의타주의 현상**봄이면 찾아드는 농촌의 새우젓장수.

이제는 구경조차할 수 없지만 30-40년전만해도 자주보던 풍경이다. 하루종일농촌마을을 돌다가 땅거미가 지면 하룻밤 신세질집을 찾는다. 주인을 잘만나금방 잠자리를 정하기도 하지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날때도 있다. 우리집은식구가 많아 방이 없으니 저골목 아무개집에 가면 하룻밤 잘수 있을 것이요.이집에서 일러주는대로 아무개집에 갔으나 되레 핀잔만듣고 쫓겨났다. 어두워질때까지 헤매다가 잠잘방도 못구하고 헛간에서 하룻밤 신세를 져야할 새우젓장수 왈 제 싫으면 남도 싫은줄 알아야지. 내 신세까지 처량하게 만들건 뭐람.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넘어 이제 제자리를 잡을때도 되었는데 국민들의마음은 새우젓장수 신세가 되어 가니 어찌된 일일까? 사정한파속에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자세에서 부서이기주의로 흐르다가 이제는 대통령지시도 제대로먹히지 않고 싫은일은 {떠넘기기} 일쑤로 {부처의타주의}양상을 보이고 있다.지난1월 낙동강식수오염사건당시 청와대나 총리실등은 수질개선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만큼 경제기획원이 구체적인 예산확보방안을 마련, 대책을 세우도록했으나 기획원은 {주관부서가 아니다}면서 총리실에서 맡아달라고 요구, 기획원이 대책을 마련키는 했으나 총리실에서 직접지시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월 이동통신사업자 선정도 관계부처가 말썽의소지를 없앤다는 이유로 전경련에 맡겨 재벌들이 갈라먹기식 사업자선정을하는 등 골치 아픈일은 아예 근방에도 가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하고있다.UR이행계획서 파문수습에서도 기획원 농림수산부등 경제부처가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자 총리실이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직접 챙기는 등 각부처가 총리만 믿고 떠넘기는 바람에 총리실만 분주하다.

**대통령지시도 헛일**

현정부가 들어서면서 책임행정을 부르짖고 {문책인사돌풍}이 불면서 각 부처는 {몸조심}이 지나쳐 책임행정이 오히려 책임회피주의를 낳고 {할일 떠넘기기}로 가고 있다. 고위 공무원들의 이런 자세와 함께 대통령의 지시도 제대로먹혀들지 않고 있다. 조계사사태가 일어나자 대통령은 폭력은 어느 곳에서도성역이 있을 수 없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 국가기강확립과 개혁차원에서 발본색원 한점의혹없이 폭력사건의전모를 밝혀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조계사사태이후 두번째의 지시였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직후 수사가 활기를 띠는 듯 했으나 폭력배는 조무라기몇명만 잡고 상무대이전공사비중 80억원이 동화사에 들어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흐지부지 의혹만 더욱 커졌다. 과거정권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지시 한마디면 사정기관의 솜씨로는 무엇이든지 안될것이 없었는데 대통령지시마저 유야무야하고 보니 사정기관의 조사결과 엄청난 의혹이 있어 덮어버렸는지 조사를소홀히 했는지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공직자 제할일 해내야**

청와대지시까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데 관기가 잡히고 기강이 설수 있는지의아하기만 하다.

정부부처는 맵은일에 몸을 사리면서 {떠넘기}고 하위직은 말썽날 소지가 있는 일은 아예 손을 대지 않으려는 풍토속에서 세계화 국제화를 논의할 수 있을까? UR을 비롯한 GR(환경), BR(노동), TR(기술), CR(경쟁) 등 이름도 생소한 선진국의 거센 압력인 {라운드}바람이 불어오는데 공직자들은 제 할일을미루고 위의 눈치만 살펴서야 어떻게 살아 남을지 걱정이 앞선다. 나에게 지워진 의무와 책임이 무겁고 어렵더라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세가 정립될때 새우젓장수와 같은 피해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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