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출마예정 인사들 새고민

입력 1994-04-12 00:00:00

[도대체 어떻게 자신을 알리고 어디서부터 운동을 해야하나]현역기관장이나 의원은 물론 국회나 지방의회, 그리고 단체장등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요즘 주로 하는 고민이다.[옴짝 달싹할 수 없다]는게 정치에 뜻을 둔 인사들의 솔직한 고백이다.사실상 새 선거법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아직 후보자나 출마가 유력한 인사들에게 뭔가 바라는 유권자들이 더 많은게현실이다. 여기에 맞춰 뭘 갖고 가 주었다간 사전선거운동으로 선관위의 제재를 받거나 심한 경우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게 된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갖다간 욕만 먹기 십상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선관위는 지난 30일 정치권의 원성이 높아지자 일선 단체장과 각급의회 의원들의 직무행위와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구분을 지었다.

그러나 그 이후도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길이 없다. 선관위의 표현자체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새 선거법에 의하면 사전선거운동의 대상이 현직에 있는 자나 출마예상자로돼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광범위}하게 지역에 배포하는 행위, 선거일이{임박}한 시기, 주민접촉기회를 {현저히} 높이는 행위등 거의 모든 표현이구렁이 담넘어 가는 식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것이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선관위에 쏟아지는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행위마다 선거법에저촉되는지를 문의할 경우 답을 얻으려면 적어도 2-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씩 걸린다. 아예 활동을 하지말라는 것이나 진배가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11일 사전선거운동과 관련한 물의로 사임한 박태권충남지사건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발표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길이없는 판정을 내렸다.

[사전선거운동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주의를 촉구해야 하나 그 직에서 사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전선거운동시비를 물고 늘어진 민주당이 11일 마련해 발표한 기준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통상적 이외의}방법, {다수의} 선거구민, {광범위}하게배포, 입후보{예정자}등의 표현은 그대로다.

불분명한 선관위의 태도에 대해 현역 국회의원들은 불만이 대단하다. 사정은제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마치 현역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법이라는 시각이다.

[벌칙조항을 보면 도대체 사전선거운동으로 걸리지 않는게 없다]고 말한다.[축하 엽서나 편지도 못 띄우고서야 아무짓도 할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이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명절이나 기념일에 관내 불우이웃에게 조촐한 다과를 베푸는 {미풍양속}도 사전선거운동이라며 금지시킨 것이다. 또한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중에 뻔질나게 참석하던 지역행사에도 얼굴내밀기가어렵다. 빈손으로 갔다가 그냥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국회에 관광차 온 지역구민들에게 볼펜 한자루도 선물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냥 얼굴만 내밀어야 하므로 차라리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것이 의원들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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