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와 내각 퇴진과 한.일관계

입력 1994-04-09 12:48:00

호소카와정권의 몰락은 일본정부의 주요 대외정책, 특히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총리후임과 연립정권-정국향방의 가닥이 잡힌 것은 아니어서 속단은 어렵지만 돌발변수가 없는 한 큰 변화나 후퇴는 없을 것으로 보는관측이 많다.자민당 38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등장했던 호소카와정권은 8개월 단명에 그쳤으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에는 극히 긍정적으로 기여했다.이는 8일 양정상이 전화로 격려한 것처럼 일종의 개혁 동지의식으로 친밀도를 가진 점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두 정권은 이에 상호중시 정책으로 대응,국교30년과 광복50년을 앞둔 양국관계가 과거 어느때보다 양호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일 협력분위기는 한국정부의 이른바 {경제의 경제원리}와 과거문제의 도덕적 우위대처에 호응한 호소카와정권의 과거사 적극적 반성.사죄자세가 한결고조시켰다. 호소카와총리는 취임직후 국내 일부의 반발을 부르면서까지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라고 처음 명확한 태도를 밝혀 아시아 주변국의 호의를 얻었다. 오랜 감정이 쌓인 한국에 대해서는 작년 11월 경주방문시 창시개명과 강제징용 등을 구체 열거하며 진사한다고 밝혀 반일감정을 상당히 누그러뜨렸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호소카와정권의 과거문제에 대한 전향적 자세와 대한협력 정책 등은, 과거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과 함께 상호방문을 통한 정상외교로 상당히 기반이 굳어졌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기본적인 한.미.일 3각우호 관계가 쉽게 변질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립정권 존폐가 {미래지향}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며, 성격이 다른 정권이 등장해도 기구축된 우호협력 분위기의 급속후퇴는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다만 여전히 과제로 남은 {종군위안부 보상에 대신할 조치}와 사할린동포 귀국지원등 잔존 과거문제 대응태도와 대국화.군사진출등 민감한 사안이 돌출해양국민 감정을 자극할 경우도 예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북한 핵문제와 관련, 한.미.일 공조체제에 어떤 변화가 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소카와정권은 유엔안보리 제재가 취해질 경우 [헌법범위내에서책임있는 대응을 하겠다]고 다짐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립내부 이견으로 제재동참과 법개정등 실행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던 점에 비추어 차기정권에 따라 상당한 대응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북한노동당과 교류를 가져온 사회당은 북한제재에 신중론을주장하고 있다. 만일 사회당이 정권에서 멀어진다면 보다 분명한 대북대응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사회당이 정권중추가 될 경우 기본적인 한.미.일공조를 깨지는 않겠지만 북핵대처는 꽤나 복잡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작년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던 쿠보(구보단)서기장은 8일 NHK회견에서[사회당에서 총리가 나오면 북한핵문제 대응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대해 [북한노동당과 대화를 할수 있는 이점이 있으니까 더욱 바람직하다]고주장해 그 가능성을 비췄다.

국내적으로 개혁을 내건 호소카와정권은 정치개혁과 함께 규제완화를 비롯한행정및 경제개혁도 추진해왔다. 이는 대일무역과 관련, 구미각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대일시장진출과 역조시정에 도움을 줄 정책들이기도 하다. 연립각당은 호소카와총리가 물러나도 이들 개혁정책은 계승.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새 정권도 대외개방책 추진에 큰 변화는 없으리라는 전망이다.한편 국제외교에 있어 차기 정권은 호소카와정권이라는 {과도기}를 거침에따라 한층 적극성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보다 강한 리더십을가진 정권이 구성돼 국제공헌을 내건 PKO활동 참여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진출문제등에 의욕을 보일 것이며 이로인해 국내 개헌논쟁 가열도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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