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장성명}과 우리의 할일

입력 1994-04-02 08:00:00

북핵을 다스리려는 유엔안보리의 조치는 우여곡절끝에 {의장성명}이란 최하급 경고로 낙착됐다. 이는 1년전 상태로 되돌려 놓은것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북한이 계속 사찰수용을 거부할때는 경고-결의안-제재결의안의 수순으로 연결될수 있다는 것을 상당한 위안으로 삼고있는듯 하다.지난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탈퇴를 선언했을때 유엔안보리는 {결의안}채택으로 핵문제를 강경하게 다루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의장 성명}으로 한등급 낮췄기 때문에 이렇다할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이번에는 중국의 입김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 성명}을 채택하긴 했으나 다행히 15개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할수 있었다는 것과, 이 성명은추가조치및 제재를 취할수 있는 {예약차표}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같다.

{의장 성명}이 발표된후 그동안 푯대를 설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우리외무부도 {적절한 조치}라고 논평을 한것을 보면 고집불통인 중국의 이탈을막았다는데 안도하는듯 하다.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싸고 그들의 형제국인 중국까지 제재조치에 동참선언을하는데도 박길연주유엔 북한대사는 IAEA에 더이상 보여줄것이 없을뿐더러 안보리 의장성명은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끝까지 버티기 작전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핵을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시각들은 안보리의 제재결의가 임박하면 북한도 결국은 핵사찰을 수용하게 될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이 동맹국으로 믿고 있었던 중국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당하게체면을 세운후 안보리에 동조하는 것만 봐도 원칙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는 한마디로 께름칙하다는 뜻으로 이해될수 있다.

중국의 속마음은 인접 공산형제국인 북한이 고립되거나 붕괴되는 것을 원치않으며 만약 사정이 악화되어 그들이 자멸 자폭을 하기위해 소동을 부리는것도 바라는 바는 아니다. 따라서 중국은 핵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체면을 살리는 동시에 국제적 위상을 높여 이를 대미견제용 카드로 사용하려는 복합적인 뜻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붕 중국총리의 북한이 핵을 가졌다면 중국이 다른나라보다 더 강경했을것이란 발언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중국은 핵에 관한한 야누스적인 측면을 갖고있음이 분명하다.

이제 북한은 버티기작전도 한계에 왔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과감하게 국제사회로 나와야 한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의장 성명}이 채택된 냉혹한 현실뿐 북한을 지지해줄 세력은 아무곳에도 없다.

그리고 우리정부는 북핵문제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4월 한달동안에 외교안보팀의 전열을 가다듬는 일을 빨리 끝내야 할것이다. 난조와 망신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는 싸움에도 이길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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