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이번 방일로 일본문화의 개방수입은 어떤 식으로든 연내에가시화될 전망이다. 아마도 한일 양국간의 호혜평등한 문화교류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개방에 국한되지 않을까 싶은데, 누구나 알듯이 일본문화의 개방시책은 우리의 예민한 국민적.역사적 정서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역대 정권들이하나같이 미적미적 뒤로 내둘렸던 국책 중의 하나였다.대개의 다른 국책들도 시행착오적, 나아가서 소모적이긴 했어도 일본문화의개방시책만큼 심했던 것도 달리 없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이승만 독재정권하에서의 북진통일정책 같은 것은 당시 열강제국의 세계 재편 전략과는 분명히 겉도는 한낱 공허한 구호였다. 6.25전쟁을 혹독하게 치른 우리국민의 반공정서를 충분히 이용한 호소력 큰 국책이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당시 우리의 국세를 감안하더라도 도저히 실현불가능한 대(대)국민 기만술책이었을 뿐이다.그후 역대 군사정권들의 분단극복정책이 얼마나 소모적이었는지는 새삼 말할나위도 없다.
대체로 말해서 한반도의 통일정책은 양쪽의 정부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상대방의 엄연한 정체.주권.영토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비방만을 일삼음으로써지지부진을 면치못했다. 그런 정권안보차원의 국책이 양쪽 국민을 얼마나 우민화시켰는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국교정상화와 상반**
한일간의 문화교류도 대체로 맥락을 같이한다. 일본이 최근세사에서 한반도를 철저히 유린한 역사적 사실은 명명백백하다. 양대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으로 일종의 대리전을 치렀던 6.25전쟁의 한반도 초토화보다도 장기간에 걸친 일제의 한반도 수탈정책및 한민족 말살정책이 더 혹독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긴해도 일본은 우리의 숙명적인 이웃국가이므로 그 국체와 문화를한사코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 정부는 한일국교정상화로 일본의 국체를 인정했다. 그런데 그 문화는 {알바 없다}는 논리야말로 이율배반이다.문화없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서 도태된지는 오래되었다. 우리가 말로만 외쳐대는 극일의 기본적인 방법론도 일본문화의 속성을 철저히 파지하는 일임은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시기상조는 책임회피**
우리는 오래전부터 일본문화의 개방이 시기상조라는 여론을 들어오고 있다.해묵은 그 시기상조론은 분명히 책임회피에 불과한데 그 골자는 일본의 저질문화가 대량으로 흘러 들어오면 우리의 미풍양속에 유해하다는 우려이다. 타당한 우려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기우이다. 그것이 기우임은 그 패배주의적인발상이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역행해서도 그렇지만 혹독한 식민지 치하에서도여전히 살아남은 우리문화의 끈질긴 저력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그렇다.
일본문화가 개방된다면 아마도 한동안 공연예술, 비디오와 오디오를 통한 유행가와 영화, 저급한 만화, 성선및 누선 자극용 대중소설들이 주류를 이룰 것은 뻔하다. 그런 저질의 이른바 왜색문화가 호기심 충족용으로 위세를 떨칠테지만 그에 대한 반발도 적지않을 것이란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질병 같은 일본 선망의식 이상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국민 정서에는 일본문화 전반에 걸친 폄훼의식과 저항감도 뿌리깊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자존심이 섣부른 감상주의라고 매도한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일본문화 찬양론자이거나 시대착오적인 국수론자일수 있다.
**우민화정책 개선돼야**
우리정부의 일본문화에 대한 우민화정책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UR정책에서도 보듯이 부분개방은 있을수 없으므로 일본문화를 선별할 수 있는 국민적인, 국가적인 안목높이기가 우리에게 떨어진 과제이다. 이 과제는 개방을통한 단련으로, 치열한 경쟁으로, 우리 문화기리기로 극복할 수 밖에 없다.문화란 단숨에 나아지지도 그렇다고 나빠지지도 않는 한 민족의 유구한 정신의 총체이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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