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위상변화

입력 1994-03-30 23:15:00

경북도 공무원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도내 시.군중 20개 시.군이 통폐합대상 지역으로 추진되고 있는데다 곧이어 닥칠 기구개편 때문이다. 대구시 공무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시도 기구개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어서 그들도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시.군 통폐합이나 기구개편은 수십년간 온실속에서 안주해왔던 공무원들을거센 회오리 바람속으로 내몰고 있다. 어느 집단이나 급격한 변화는 싫어한다.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공무원 사회만큼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드물다는것이 일반적 평가다.그러나 공무원들은 내년에 치러질 자치단체장선거라는 거대한 폭풍우에 휩쓸려 싫든 좋든 자치시대에 적합한 공무원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시대가 공무원들에겐 가혹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로 다가오고 있다.

경북도의 노병룡내무국장은 [변화의 시대에는 조직내부에서 문제가 있었던공무원의 도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노국장은 그러나 [자치시대를 맞아주민들이 더욱 전문화되고 다양화된 행정서비스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공무원 감축은 있을 수 없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무원 증원을동결한데다 자연 감소인원을 빼고나면 자리를 떠나야 할 숫자는 미미하다]고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경남도의 경우 기구개편을 단행하면서 도본청에 근무하던 일부공무원들을 일선 시.군으로 하방(하방)했다. 따라서 경북도의 공무원들도 기구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단체장선거를 실시하고 나면 경북도의 시.군에 대한 지도.감독기능이 유명무실해지는 등 경북도의 기능축소는불보듯 뻔해 도본청 근무 공무원 수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통합대상 시.군지역의 공무원들도 통합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특히 군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시.군통합으로 읍.면.동으로 밀려날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선 단체장의 선출로 자치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처럼 우리 공무원 사회도 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징후가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우리 공무원조직은 아직도 개혁과 국제화의 물결을 타고있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방공무원들은 툭하면 [중앙정부의 규제가 지나치다]며 불평한다. 현행 법령집을2분의 1내지 3분의1로 줄여야 각종 행정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 지방공무원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지시받는 관행에 익숙해져 독자적인 지방행정 기획능력은 부족하다. 심지어 조례기안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지방의 특성에 맞게 제정돼야할 조례를 내무부가 일괄적으로 만들어 내려보내는 바람에 우리 자치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조례를 갖고 있는 실정이다.

상공부등 중앙경제부처는 지역상공회의소등에는 자료를 내려보내면서 자치단체에는 자료를 보내지 않는다. 지역의 공무원들이 무역등 특정 업무에 문외한이어서 보내봐야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믿지않는 중앙부처도 문제가 있으나 지방 공무원들 스스로도 반성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공무원들은 어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또 현업부서보다 지원부서를 우위에 두는 경향마저 엿보이고 있다.이 모두가 여러 부서를 옮겨다니면서 인사고과에 유리한 부서에 근무해야승진이 빠른등 불합리한 인사제도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화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단체에도 국제업무를 담당할 공무원이 양성돼야하나 우리의 실정은 외국어에 능통한 직원조차 확보가 쉽지 않다.대구시는 현재의 국제협력계를 국제협력담당관제로 확대 개편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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