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합작 기본틀 완성

입력 1994-03-29 00:00:00

김철수 상공자원부 장관과 왕충우 중국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주임이 산업협력공동위원회 설치에 합의한 것은 한.중 양국간의 산업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기본틀을 마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협력위원회를 구성, 서울과 북경에서 번갈아 가며 매년 한차례씩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또 이같은 합의를 정부간 협정으로 격상시켜 빠른 시일내에 서명키로 합의했다. 지난해 김철수장관의 중국방문 때 서명한 산업협력합의서를 협정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양국 정부에 구속력을 갖는 산업협력의 기본틀이 마련된 셈이다.정부 관계자들은 당초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하기로 했던 산업협력 위원회위원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된데 주목하고 있다. 양국은 당초 실무협의과정에서이 위원회 위원장을 우리측은 상공자원부 차관, 중국쪽에서는 국가경제무역위원회 부주임이 맡기로 합의했었다.중국이 실제 회담에서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자고 제의한 것은 양국산업협력에 거는 중국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한국과의산업협력에 그만큼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위원회 설치가 금영삼 대통령과 강택민주석간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인 만큼 정상회담에 걸맞는 무게를 실어줌으로써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합의의사록 서명으로 대체하려던 협력위원회 설치를 정부간 협정으로 격상시킨 대목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간 협정은 한국의 경우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비준을 받아야 하고 중국도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입법기관의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정부간 조약에 준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합의의사록에 비해 훨씬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자동차, 항공기, 전전자교환기, 고선명 TV 등 4개분야를 우선협력 분야로 선정, 각각 10명 이내로 구성되는 분과위원회를 구성해산업협력위원회의 산하기구로 운영키로 했다.

자동차의 경우 우선 부품의 합작생산에서 출발해 성과를 거두면 승용차 조립공장을 합작으로 세우는 것으로 돼 있다. 중국은 유럽과 미국에 뒤지지 않는세계 최대의 자동차 잠재수출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수요는 2000년에 3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중 최소한 40만대 이상을 수입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른바 3대3소 정책에 따라 자동차 수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92년에 편법수입을 포함한 자동차 수입은 이미 15만대에 이른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대3소정책은 아우디, 시트로엔, 폭스바겐, AMC, 푸조, 일본 다이하츠 등 이미 진출해 있는 외국 자동차 업체를 제외한 외국 완성차 업체의 진출을 제한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중국이 당분간 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고 부품공장 진출을 통해 완성차 진출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항공기분야는 한국의 상품화 기술과 중국의 시장수요를 바탕으로 공동개발을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중국은 자체기술은 부족하지만 군용기 생산기반과 막대한 잠재시장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항공기 산업은 아직 개발초기단계이다.

전전자교환기는 이번에 합의된 우선 협력분야중에서도 가장 실현 가능성이높은 분야로 꼽힌다. 91년 말 현재 중국의 전화보급률은 1백명당 1.26대에 불과하다. 12억의 인구를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양국 정상간에 합의된 산업협력위원회는 장관급 회담에서 구체적 구성방안과운영방안이 합의됨으로써 이제 협정에 서명만 하면 곧바로 활동에 들어갈 수있게 됐다.

양국은 실무협의과정에서 이미 각 분과위원회 위원도 부분적으로 확정한 상태이다.

분야별로 관계부처 국장급과 관련 기관 대표를 포함시키기로 돼 있다. 협정은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릴 한중통상장관회담에서 서명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원회 전체 회의는 올해안에 서울에서 열릴 것이 확실시되며 분과위원회는 전체 위원회와는 별도로 올해안에 2차례 정도 회의를 열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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