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일이 남긴것

입력 1994-03-26 00:00:00

김영삼대통령의 2박3일간에 걸친 일본방문 일정이 26일 오전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총리와의 2차확대 정상회담에 이은 공동회견을 끝으로 모두 끝났다.김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한마디로 한.일 양국관계가 더이상 과거의 갈등관계가 아닌 미래를 향한 협력관계로 성숙했음을 확인한 기회였다.정치.경제를 비롯한 다방면에 걸친 두나라의 다짐이 수사로만 그친 것이 아닌 가시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김대통령이 남긴 이같은 의의는 구체적으로는 두가지 측면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먼저 1차 단독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일치된 인식을 들 수 있다.

양국 정상은 북 핵문제가 단순히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닌 두 나라 공동의 문제라는데 인식을 함께 했으며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행동지침에까지합의했다.

특히 호소카와총리로부터 [유엔안보리의 어떤 조치가 있을경우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책임있는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일본이 취할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지까지 받아낸 것은 이번 방일의 최대 성과로 꼽을수 있다.다음으로는 양국간 새로운 경제관계구축을 위한 터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경제협력문제가 주된 의제였던 26일의 2차 확대정상회담 또한 1차회담에서보여주었던 {동반자}인식이 재확인된 자리였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의 경제현안을 어느 한쪽이 {시혜를 베푸는}관계가 아닌 {주고 받는}차원에서 해결하자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그리고 바람직한 한.일 경제관계를 촉진하는 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김대통령은 이와 함께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문제를 풀어 나갈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무역불균형문제는 수입억제가 아닌 수출확대로 풀어 나갈 것이며 일본의 대한기술이전문제는 과감한 행정규제 완화등을 통해 우리측이 이전을 받을 수있는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 해결해 나가겠음을 밝혔다.

김대통령은 또한 *시장개방의 지속적 확대 *외국인 투자가능 업종의 확대와투자절차의 간소화 *외국인 토지취득허용 법률안 마련의 적극 추진등의 조치를 강조하고 [기업하기가 매우 편리한 나라로 만들겠다]며 일본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했다.

이날 회담에서 김대통령은 우리측의 관심사항인 *무역역조 시정 *기술이전확대 *건설시장 개방을 요구했고 이에대해 호소카와총리는 [정부서 할수 있는지원은 최대한 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양국정상은 또 24일의 한.일통상장관회담에서 합의된 대한부품기술이전 협조등 7개 협력계획을 재확인 했다.

호소카와총리는 특히 지난해 11월 경주회담때 발족시키기로 합의한 {신경제협력기구}의 조기 구성과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뒷받침 할 것을 약속했다.이밖에 김대통령은 방일기간중 정.재계와 대학생을 상대로한 연설을 통해 달라진 한국상을 심고 21세기를 향한 신한.일관계를 역설한 것도 의미가 담겨있었던 일로 볼수 있다.

그동안 양국관계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과거사문제도 아키히토(명인)일왕이 우리측 요구와 관계없이 스스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으로 사과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돼가는 분위기다.

이와 연관된 사할린교포 귀환문제와 정신대문제도 호소카와총리가 최선의 노력을 약속, 조속한 해결에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이같은 적지않은 성과속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우선 북핵문제를 비롯한 안보분야에서의 명확한 입장조율에 비해 경제분야에서는 가시화된 결과없이 협력의 기본틀만을 그리는데 그쳤다는 점도 한번 짚고 넘겨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김대통령의 방일이 한.일관계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이뤄진 약속과 합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양국의 행보, 특히 일본측의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지켜볼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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