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왕래차단, 기지사용등 헌법위배

입력 1994-03-25 12:38:00

중대고비에 이른 북한 핵문제와 관련, 유엔의 경제제재 발동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경우 최대관건은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함께 일본의 태도라고 할 수있다. 거액의 대북송금 차단여부가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제재동참은 국내적으로 많은 장애가 있어 곡절이 예상되며, 일부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까지 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일본정부는 호소카와(세천호희)총리와 하타(우전자)외상이 "제재발동시 헌법의 범위내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호소카와총리는특히 IAEA가 북핵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자, 즉시 관계각료들에게 대비책을세우라고 지시했다. 이에따라 23일 위기관리의 중추기관으로 알려진 내각안전보장실을 중심으로 방위청과 외무.대장.통산성등 관련부처가 구체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내각 안보실은 작년 9월 북한-IAEA사찰협의와 10월 남북한 실무접촉이 중단된 시점부터 사실상 경제제재를 상정한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해와 이를 바탕으로 구체안을 만들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일정부의 조치로는 *자본및 인적왕래 금지 *선박과 항공기 왕래금지*무역금지 *북한계 자산동결등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 가운데 초점인 연간 약6백억엔이상 추정규모의 송금차단은 자본과 인적왕래금지에 해당된다. 이는 주로 조총련계의 방문에 의한 것으로 니가타(신사)를 왕래하는 북한선박과 전세기 취항을 막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북송자와 일시귀국자의 가족상봉마저 차단한다는 비인도성 문제와, 헌법상의 이동자유보장에 반한다는 인권논란이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중국과 홍콩등 제3국을 경유한 송금과 자금유출까지 막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분석이다. 외무성고위관리는 23일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에서 "해당국이 제재에동참하면 차단요청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가 많다.

{자금원}을 고갈시키는 방법으로 조총련계 파친코등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론도 있지만 역시 민족차별문제 혹은 자유경쟁 저해등의 반발이 예견돼 어려울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선박과 항공기왕래및 기항금지는 즉시 시행할 수 있고 자본유출의 다른 형태인 연간 약6억달러규모의 무역, 직접투자등에 대해서는 외환관리법에 의해 통산성등의 불허조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이외에 해상봉쇄.감시조치에 따른 유엔소속 각국 항공기와 함정활동에 대한 지원가능 여부다. 항공기와 함정등이 한국은 물론 일본의 주요기지를사용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경우 급유와 물품보급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일본내 기지는 한국동란때 체결된 {유엔군과의 지위협정}과 미.일안보조약에 따라 미.영.불.가.호.남아.비.뉴질랜드등 8개국만 사용가능하고 특히 해상보급은 미, 그것도 훈련에 참가한 함정에만 국한토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특별법을 만들거나, 자위대법 및 해상보안청법 등을 고치지 않으면안 된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각국항공기.군함등이 일본을 무대로 활동하고일본도 이에 참여할 경우 헌법상의 {집단안보 금지}조항에 저촉돼, 복잡한헌법해석 개정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난점들은 정치권의 이해와도 얽혀 더욱 복잡하다. 호소카와총리의 제재동참 강조에 대해 오자와(소택일낭)의 신생당.공명당등은 지지 입장이지만,연립내 제1당인 사회당은 북한과의 {구연}때문에 반대, 혹은 신중한 대처를주장해 연립여당내 결론조차 수월치 않다. 관측통들은 여당내 대응균열이 헌법논란 증폭은 물론, 현행법 개정과 특별법제정을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민당정권시절 수년이 걸렸던 PKO(유엔평화유지활동)협력법 제정과정이 극명히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북한핵문제를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경제제재시 해상봉쇄 조치등이 근해인 동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동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 난점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고, 극복하기에는 너무 첩첩산중이어서 일본의 적극적인 제재동참은{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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