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옥살이"로 주민부담 가중

입력 1994-03-24 00:00:00

대구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사석에서 만나면 서슴없이 [구자치제 실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울타리인 대구를 쪼개 구자치제를 시행하는 것은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할 뿐 아니라 낭비라고 단호히 주장하기도 한다.그러나 공식석상에서는 입을 닫는다. 심지어 구자치제는 당연히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구자치제에 대해 한 입을 갖고 두말을하는 이유는 무얼까.지역의 국회의원들도 구자치제 실시의 불합리성을 잘알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본마음이기도 하다. 모의원은 [대구지역의 구(구)중에는 주택지역이어서지방세 수입이 주민세밖에 없는 구도 있다]면서 [구자치제를 실시해도 돈 들어올 데가 없어 신규사업은 엄두를 못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 의원은 구자치제가 시행될 경우 구 자치단체간의 분쟁이 발생, 지역여론이 갈릴 위험도 지적했다. 앞산 순환도로를 확장하면 수성구와 달서구 주민들에겐 교통소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도로개설 구인 남구주민에겐차량소음공해만 안겨주게 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도로확장공사를 반대할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7개 구의회에 올해 책정된 예산은 41억3천만원. 구의회 사무과에소속된 공무원도 1백10명이나 된다. 구자치제를 실시않는다고 이 돈이 전부절약되는 것은 아니다. 구의회를 폐지하는 대신 시의원 정수를 늘릴 경우 그절약비용이라는게 절대액수로는 미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 심의, 편성한 예산을 가지고 구의회에서 다시 논의해야하는 과정을 거치는 행정지체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다. 또 1백여명이나 되는구의회 사무과 직원을 다른 부서에 배속시킬 경우 행정서비스를 향상시킬 수있다. 이처럼 구의회 존치에 따른 비효율을 생각하면 주민부담경감과 행정서비스 개선효과는 단순히 수치로 계산될 수 없다.

더욱이 28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미니의회인 대구시의회는 4개 상임위로 나뉘어 있으나 상임위마다 5-6명의 의원이 참석, 명색만 상임위지 의원간담회 수준의 회의가 되기 일쑤다. 특히 한 두명의 의원이 급한 개인 용무로 회의에빠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시의원 정수조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국회는 구의원 폐지등 지방의원 정수조정은 손도 대지 않았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정수를 조정하지 못한 것은 표 때문이다.지방의원들이 지구당 조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터에 구의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간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기 십상이다. 대구시 각 구의회 의원거의 대부분이 핵심 선거운동원인 지역구 동협의회 회장이다. 광역의회 의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구당 부위원장등 지구당의 주요 간부를 맡고 있는사람이 상당수다.

경북도의회는 대구시의회와는 달리 의원정수를 축소해야한다는 지적이다.현재 도의원 정수는 87명으로 1개 시.군당 3-4명의 도의원이 선출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단체장 선거가 실시되고 나면 경북도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경북도가 도내 34개 시.군에 대해 갖고 있던 인사및 지도.감독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시.군간의 분쟁조정역할이나 떠맡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경북도의 역할이 이처럼 축소되는데도 87명이나 되는 도의원에게 매월 의정활동비를 지급하고 유급보좌관까지 지원하는 것은 빈약한 지방재정을 더욱 더애옥살이 살림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경북도의원 정수는 1개 시.군당 1-2명으로 조정, 40-50명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시.도의원 정수조정과 구자치제 폐지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식 논의에 그치고 말았다. 정치권에 자치법 개정을 맡긴 탓이다. 이러한 불합리한자치법 개정으로 주민 부담만 늘어났고 또다시 시행착오를 답습할 전망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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