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공화국. 우리에겐 수도 알마아타시가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알려지게 되었지만 구소련 연방중 러시아에 이어 2번째로 큰 땅덩어리의나라다. 3월인데도 수도 알마아타에는 눈보라가 휘날리고 그 스산한 느낌은모스크바나 다름이 없다.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권을 둘러싸고미래 제2의 쿠웨이트라는 일컬음속에 서방기업들의 이권확보 각축장이 되고있다.알마아타 역시 대도시 이상으로 도둑이 들끓고 마피아 조직의 행패에 시달리는듯 보였다. 웬만한 아파트 주민들은 집문을 철문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한 노인부부는 그간 모은 연금전체를 철문하나로 바꾸게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주 알마아타 한국대사관은 오후6시이후에는 외부지대로부터 수도알마아타로 들어오는 차량들은 엄중한 경비하에 출입이 제한되어있고 가끔경찰복을 입은 마피아들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대사관 직원을 비롯한 장기체류하는 한국기업체 직원들은 극단적으로 이곳을유배지라고 표현하며 스포츠설비나 문화시설이 거의없고 오락시스템이 구비안된 환경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에 걸맞지 않게 8개나 되는 카지노장중 5개가 인천 올림푸스사장등 한국인이 경영하는 장소로 드러나 "한국인들에대한 바람직하지 못한 인상을 주고있다"고 대사관측은 지적했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걸려있는 대우 티코자동차 간판하며 우리나라차들이 쉽게 눈에 띄는것이 모스크바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카자흐는 비록 회교국(수니파)이나 생김새는 한국인과 거의 같아 구별이 쉽지않았다. 인종차별이 있다고 하나 10여만명이 거주하는 한인교포들과는 별무관한듯 김유리 법무부차관, 김아파나시 체육부차관, 김게오르기 헌법재판소판사등 주로 김씨성을 가진 한인들이 정부요직에 등용돼 있다.알마아타에는 과거 중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인교포의 문화를 이어온 국립조선극장및 고려일보등 한인기관들이 모여있었으나 지금은 존망위기에 처한채 마냥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극장무대가 오래되어 무너질 순간에 있으나 국가에 돈이 없어 전혀 손을대지 못하고 있고 1백20명이나 되는 소속배우및 직원들은 그대로 앉아 봉급만 타고있는 입장이다. 김블라지미르극장장은"63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극장인데도 현재는 연습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말하고 "앞으로도 속수무책의 입장"임을 전했다. 그는 "다행히 90년 한국국립극장과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3명의 배우를 6개월 공부하러 서울에 보낸다"고 설명하고 "한국국립극장이 조속한 시일내 알마아타에 순회공연"을 오기를희망했다. 지난91년 40명의 인원을 이끌고 서울공연을 한바있는 이 조선극장은 92년 KBS로부터 해외동포문화 예술상을 받았으며 극장내 연극, 음악, 무용부서및 아리랑가무단이 속해있었다.
일손을 놓고 놀고 먹고 있는 곳은 조선극장뿐이 아니었다.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고려일보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예전에는 일간지로서 한때 한민족의 언어를 잊지않고 상당한 부수를 발행하던 신문이 두사람이면 충분히 만들수 있는서너페이지 주간지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놀란것은 그 아까운 시설하며인원수였다. 40명가까운 인원이 이름만 걸어놓고 월급때 돈만 타가는 그 부조리가 일체 시정안된채 한심한 정경을 드러내놓고 있다. 또 한국말을 쓰고 읽을수 있는 기자가 단한명도 없었으며 사할린출신의 교포 한두명이 카자흐신문번역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신문발행의 주역을 맡고 있었다.한국대사관에서는 처음 이 신문사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준것으로 밝히고 있다. 컴퓨터식자기 4대, 팩시밀리 3대, 10만달러에 가까운 돈, 승용차구입비등을 따로 제공했으나 조모라는 전사장이 개인적으로이를 유용, 스캔들로 물러난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올해 새로 사장이 바뀌었으나 신문사 경영문제를 두고 자신이 없는듯 했다.
우리 언어와 문화를 전하는 또다른 매체들이 있다. 그것은 조선말 방송국으로 카자흐 국영 제1방송국으로부터 1주일에 90분 방송을 할당받고 있으며 조선어 TV방송도 있어 러시아말로 1주일에 2번 한국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두기관이 서로 팽팽히 맞서 대화소통이 안된다고 한다. 라디오측은 한국말을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아나운서등 유능한 직원이 7명이나 되어 TV측과 합치면 북미처럼 TV에서의 한국어 방송이 가능할텐데 개인 감정대립으로 좋은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유감이었다.
알마아타는 과거 한국문화를 추적하는 장소로는 구소연방공화국들중 제1의도시였다.
모스크바도서관에서도 못찾던 진귀한 우리 옛 서적들이 국립도서관 지하실에두터운 종이로 싸여진채 보관돼 있다. 1900년대 초기로 보이는 신문, 서적,잡지등 2백여권으로 추정되는 책가운데 한권을 들추니 {천로역정}이란 번역물이 한글체로 적혀있다.
그러나 일체 사진촬영을 금하고 있고 그 이유를 도서관측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도서관을 안내한 교포는 도서관 내부시설이 안좋아 그렇다면서 꼭 사진을 찍겠다면 비공식으로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알마아타에도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이지역에 첫 발을 디딘 {털보네}를 비롯해 삼성, 대우, 한화, 대영모방등 13개사나 된다.이중 카자흐스탄호텔건물을 30년간 임대해 한국식당및 카지노를 운영하는 털보네(지난 15일 한국에서 부도를 냈다)가 TV부속품을 수출하고 원면을 돈대신받아 식당업보다는 무역업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고 삼성은 카라간다지역에가전공장을 세우고 큰병원 프로젝트를 맡아 공사중에 있다.삼성측에 의하면 금년도 카자흐와의 교역 액은 지난해 8천5백만달러의 2배에가까운 1억5천만달러로 잡고 있다. 또 대영모방의 그라프로 간판과 상점이가끔 눈에 들어왔다.
한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교포들에게는 본격적인 한국어붐이 일어났다.지난 91년8월 알마아타 한국교육원이 세워져 각처에 한글학교를 운영함으로써 교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카자흐 대학교에도 정식 한국어학과가 생겨났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한 일은 알마아타 사범대학 한국어교육학과나 국립카자흐종합대학 조선어기자학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는 북한에서 파견된교수진이라는 사실이다. 이곳 교수봉급이 워낙 박하니 한국에서는 기피하지만 북한의 경우 서로 나오려고 경쟁이 무척 심하다는 것이다.교포집들을 방문하고나서 놀란 것은 이들도 여전히 화투를 즐긴다는 사실이다. 타슈켄트에서 만든다는 화투가 중앙아시아에 퍼져 37년 강제이주후에도틈틈이 교포들사이에서 오락으로 이어져 왔는데 가끔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사람이 생겨났다고 말해준다. 주로 농삿일에 종사하니 겨울철에는 시간이 많아 수십년간 화투를 잊지않고 즐겨왔다는 것.
카자흐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모든 생산은 감소추세이며 상품은 부족하고물가는 춤을 추고 있다. 실업자는 증가하고 있으며 도둑 또한 날로 늘어가고있다. 그중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나가는 우리교포들을 본다.그들은 대개 교포3세, 4세의 몸이지만 한국어를 배우려 애쓰고 모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죽기전 꿈에 그리던 남쪽고향을 단 한번만이라도 봤으면 원이 없겠다는 칠순이 넘은 1세 노인들도 여러명 만났다. 속초가 고향이며 인동 장씨라는 장기운 노인은 꼭 자식들을 찾아달라고 기자에게몇번씩이나 부탁하기도 했다. 그들의 염원이 성취되고 가족들을 찾게될때는언제일지,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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