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대응안보리향후행보

입력 1994-03-23 12:34:00

북한핵문제가 다시 유엔안보리의 도마위에 오르게됐다. 작년4월과 5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비난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과 결의안을 채택한지 근 1년만에 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북한이 핵심시설인 영변 방사화학실로부터 IAEA 사찰단의 샘플채취를 거부함으로써 사찰이 완료되지 못한 이후 북한핵문제를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던 미국과 한국의 노력은 사실상 무산됐으며 한반도의 긴장은 급속도로 고조됐다.외교적 노력이 한계에 달함에 따라 북한핵문제는 자연히 물리적 구속력을행사 할수 있는 주체인 안보리로 넘어오게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심은 북한이 과연 국제사회의 압력에 언제까지 버틸수있을 것인지와 안보리가 취할 제재의 수위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팀스피리트 훈련재개를 고려하고 미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배치를 강행키로 하는등 전쟁불사 운운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안보리의 대응속도는 상당히 더딜것으로예상된다.

안보리가 앞으로 취할 행보는 한마디로 한걸음 한걸음씩 시간을 갖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다.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은 21일 열린 비공개협의에서 24일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으로부터 핵사찰 결과에 대한 세부내용을 구두보고 받고내주들어 결의안을 채택키로 했다.

미국은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협의에서 결의안초안을 제시했다. 미국측의 초안은 북한에 대해 IAEA의 사찰을 다시한번 촉구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초안에는 제재조치나 경고와 같은 말이 들어있지 않으며 다만 북한이끝내 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안보리가 행동을 취할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함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안보리가 취할 행동은 경제제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다. 그러나 미국측 초안이 강조하는 내용은 제재나 경고쪽이 아니라 북한을 설득하고 촉구하는데 있다는게 유엔소식통의 지적이다.

말하자면 권고내지 촉구결의안 수준인 셈이다. 장 베르나르 매리메 안보리의장(프랑스대사)은 안보리가 일차적으로 채택할 결의안이 처벌을 위한 제재가아니라 '정치적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미국측 초안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결의안 내용이 온건한 수준임에 비춰 내주중 안보리에서 통과되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보인다.

미국측 결의안 초안이 생각보다 온건한 내용인데 대해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관계자는 "안보리 이사국들의 일치된 컨센서스로 결의안을 통과시키기위한 것이며 핵문제가 이미 안보리의 도마에 오른 이상 북한에게 재고할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의안 초안내용으로 미뤄볼때 클린턴 미행정부도 일면으로는 팀스피리트훈련재개와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등 물리적 대응책을 펴나가면서도 외교적노력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또하나는 처음부터 경고내지 제재를 위협하는 강도높은 결의안을 밀고나갈경우 거부권을 갖고있는 중국의 반대로 일이 어렵게 꼬일 위험을 피하자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게 사찰수용의 기회를 다시한번 부여함으로써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는명분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시간을 갖고 의견조율 과정을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정부의 입장도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통일된 의견으로 북한에 대응해야하며 북한에게 자신의 입장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주면서 결의안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한이 계속 국제사회의 결집된 의견을 무시할 경우 안보리로서도 경고결의안채택에 이어 단계적인 경제제재조치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그러나 경제제재 논의를 비롯해 후속조치 일정을 논의하는 것은 현재로는 시기상조라는게 안보리의 분위기다.

따라서 안보리의 추후 행보는 북한의 핵사찰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후북한측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의 방향이 잡혀나갈 것으로예상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