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법도가 우선해야

입력 1994-03-17 00:00:00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법도에 의해 다스려지고 질서가 잡힌다. 적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법도가 있기때문에 지탱하고 있다고해도 지나친 얘기는 아닐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법도를 중시하는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이건 나라건 간에 법도가 없으면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이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법도가 칼자루를 쥔 힘있는 자의 권도에 의해 제압당하는 경우가 우리의역사엔 적지 않게 기록돼 있다.**여야 불균형 정치판**

법도가 수단과 목적이 모두 정도를 따르고 있는데 비해 권도는 옳지 않은 수단으로 목적을 정당화하는 것인데 정치판에선 이를 림기응변(Political expediency)이라해서 난국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법도에 의한 정도의 정치가 물론 바람직한 것이지만 권도에 의한 변칙적인 정치가 지금도 힘을 쓰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금의 우리정치판처럼 여야의 힘이 불균형일 때는 권도가 더욱 기승을 부려 이에따른 예상치 않은 부작용도 우려된다.지금 우리 정치판은 지난주말의 여야 령수회담이후 경색국면으로 접어들었다.김영삼대통령이 숙원이던 정치개혁법이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하자 이기택민주당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현안들을 논의하고 여야협조무드를 더욱 다지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대통령이 손님을 불러놓고 결례되는 언행을 했다고민주당이 발끈하는 바람에 여야협조무드가 다져지기는 커녕 깨져버리고 말았다.

**선생님같은 대통령**

김.이회담에서 이대표가 보안법폐지와 자신의 방북문제를 꺼내자 김대통령은이들을 모두 한마디로 거절한 것은 물론이고 보안법문제에 대해선 관련자료들을 건네주면서 가지고가서 잘 읽어보라고 했는가하면 방북문제와 관련해선{국가의 대표는 대통령인 나}라고 말하는등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훈시하듯일방적으로 회담을 끌고갔다는 것이다. 물론 회담후 이대표는 벌레씹은 표정이었고 이같은 회담분위기가 전해지자 민주당은 김대통령의 오만불손을 성토했다.

이처럼 더욱 잘 해보려던 정치가 매끄럽지못한 회담진행으로 판을 망친 꼴이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가볍게 보고 법도에 따른 손님대접을 하지않고 권도로 이대표를 제압하려한 때문에 아닌가한다. 과거 야당총재시설 자신의 밑에서 원내총무를 했던 이대표를 파트너로 대하기론 어려보였는지도 모른다.

**아쉬운 유종의 미**

여하튼 지난주말의 여야영수회담은 없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김대통령은 두사람의 만남 그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했지만 무르익어가는 여야협조분위기에 찬물을 뿌린 꼴이 되고 말았다. 34년전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의 민중봉기를 상기하면서 정부와 여.야가 한자리에 모여 정치개혁법을 공포하려던 계획도 심기가 뒤틀린 야당의 불참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정치판뿐만이 아니고 어느분야건 간에 임기응변의 변칙적인 수단은 좋은 결과를 낳기도하지만 결코 정도라고는 볼 수 없으며 예상못한 부작용이 따르는위험도 있다. 특히 정치판에서의 임기응변의 수단인 권도는 난세라면 효과적인 방책일수는 있으나 정상적인 상황아래선 술책이 될수 있을지언정 정정당당한 방법이 될수는 없다. 이제 우리는 당당한 문민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도시대에 걸맞은 수준이어야 한다. 문민시대에 걸맞은 정치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법도에 의한 것이어야하며 당당하게 정도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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