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무게중심 인간에게 이동

입력 1994-03-15 00:00:00

종교적 진리는 고대에 있어서는 모든 인간적 영역에 대하여 답변을 제공하여주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것은 언제 어떤 경우에건 지고무상의 절대적 진리로 인간에게 받아들여지기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이 종교적 진리는 어떤 경우에도 비판이나 회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어떤 경우에건 종교적 진리에있어서는 그것을 신앙하느냐 신앙하지 않느냐 하는 것만이 문제가 될 따름이었다. 신앙한다면 그러한 사람에게는 이 종교적 진리야말로 그의 삶에 대하여총체적으로 발언하고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으로 기능하게 마련이었다. 신앙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이러한 종교적 진리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 속에서의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성질을 지니는 종교적 진리는 물론 고대의 한 시기에만 나름대로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였던 것만은 아니다.종교적 진리는 주로 고대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할수 있다.그러나 그렇다해서 종교적 진리라고 하는 것이 고대라는 시기에만 구속되어있는 것이라 할수는 없다. 그것은 시대와 무관하게 어떤 사람에 의하여 신앙되느냐의 여부에 의하여 그 기능을 행사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되는 것이기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고대에서 나타날때와 현대에서 나타날 때에는 그 의미가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이다. 고대에는 그러한 종교적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였으므로 그 신앙은 보다 더 무조건적이고보다 더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었을 터이다. 현대에 있어서는 그 종교적진리는 선택을 통하여 주어진다. 현대에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하는여러가지 근거와 자료가 주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인에게 있어서 나타나는 종교적 진리에 대한 관념은 그 확신의 정도가 떨어질수 밖에 없고 또한여러 세계관 속에서 선택하여 신앙함으로써 나타나는 것일수 밖에 없다. 고대에 있어서는 종교적 세계관이 시대를 총체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는데 반하여현대에 있어서는 부분적으로 장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고대에 있어서 종교적 진리는 생활의 바탕이었고 또한 존재의 불안에 대한위안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는 생활의 바탕이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종교적 진리가 별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것은 존재의 불안에 대한 위안으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종교적 세계관으로부터 철학적 세계관으로의 이행은 바로 이렇게 종교가 담당할수 있는기능과 영역에 금제를 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종교시대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시대의 세계관이었다. 이러한 세계관의 바탕위에서 철학은 잉태되어 나온다. 철학의 출현은 인간의 정신이 신으로부터 인간에로 중점이 옮겨가는 상황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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