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물.담배도 일절금지

입력 1994-03-15 00:00:00

매년 회교력 9월(아랍어로 라마단월)이면, 전세계 이슬람국가들은 해가 뜰때부터 해가 질때까지 한달동안 단식을 한다.이 단식은 이슬람교의 근간을 이루는 5가지 의무사항중 하나로, 모슬렘(이슬람교신자)이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수도 없으며, 담배를 피워서도 안된다. 또 부부관계도 금지되는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철저한 금욕이 요구된다. 심지어 침을 삼키지않고 뱉는사람도 있을 정도다.

금년에는 라마단월이 양력으로 2월중순-3월 중순에 걸쳐 있어서 적어도 뜨거운 태양아래서 갈증과 허기를 참아야 하는 고통은 면할수 있지만, 아랍 이슬람국가들이 대체로 열대, 건조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라마단월이 여름에 걸치게 되면 단식하는 사람들의 고통 또한 증가하게 된다. 아랍국가에서 생활하고있는 한국사람들이 본의아니게 금식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안먹고 안마시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용감하게(?) 물을 마시다가 경찰에 잡혀들어가 얻어맞은 일화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흔히 들을수 있다.

낮동안에는 먹거나 마실수 없고 해가진 이후, 밤동안에만 허용이 되기 때문에 결국 잠을 쫓아가며(?) 밤새 먹어둬야 다음날의 단식을 견딜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생활의 패턴이 한달동안 어쩔수 없이 뒤바뀌어 밤을 낮삼아서, 낮을 밤삼아서 사는 사람도 많다. 단식을 깰수있는 해지는 시각이 오후6시경이므로 2-3시간 전부터는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귀가하여 음식을장만하는 까닭에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거리가 텅텅비게 된다.하루의 단식을 깰때는 보통 처음 대추야자와 우유를 먹고, 나중에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 식사를 마친후에는 다시 사람들이 거리에 몰려나오는데 주로 연극, 음악회, 영화, 시낭송회, 가요공연등 문화행사를 참관하거나 거리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물담배를 피우며, 새벽까지 북적댄다.

원래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절약된 돈으로 가난한사람들을 돕는데 희사한다는 단식월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이 한달동안에먹어치우는등 오히려 생활비가 2-3배 증가된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또 {라마단 베이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도 하나의 특징으로, 최근에 각성을 요구하는 종교지도자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같은 라마단기간이 끝나면 그 다음 날로부터 우리나라의 설날을 방불케 하는 연휴축제(에이드 알 피트르라고 하는데 매년 순례뒤에 이뤄지는 대축제와구별하기 위해 소축제로 부르며 학교, 관공서, 은행등도 공식휴무다)가 시작돼 한달동안의 고생에서 벗어난 생활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올해 이축제는 지난13일부터 시작됐는데 이기간중에는 친지방문과 각종공연으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기간중 서로의 축복과 행복을 기원하며 아이들은 딱총을 터뜨리고 노는데 식사로는 아침에 카흐크라는 과자를 먹는 풍습이 있으며 점심때는퍼세크라는 소금에 절인 숭어를 먹는다.

그러나 너무 오래된 숭어를 먹어 집단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않은데 이러한 풍습을 버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모습은 신기하기도하다.

이 축제때는 또한 친척이나 친구의 무덤을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무덤주변에서 음식을 얻어먹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거지들에게 음식을 나눠준다.이날의 최고선물중의 하나로는 빳빳한 새지폐와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을 주는것이라 이를 미리 준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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