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민주당대표와의 11일 청와대회동은 여야영수간의 만남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는 뒷맛을 남겼다.김대통령의 야당을 보는, 그리고 이대표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회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이대표가 제시한 몇가지 주요현안에 대해 강한 톤으로 {부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국가현실을 우선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의 일부 발언이 과연 정치적 파트너인 야당대표에게 할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대표가 방북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데 대해 [이대표 자신과 국가를 위해 안가는 것이 좋다]면서 [대한민국의 대표는 대통령으로 뽑힌 나이지이대표가 아니다]라고 이대표의 방북추진에 불쾌한 반응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또 이대표가 [북한에 가면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고 하자[남북정상회담은 여러 채널로 대책을 세우고 있으니 그것은 걱정안해도 된다]고 이대표의 역할을 거부했다.
김대통령은 이대표가 국회상시운영과 TV중계문제를 거론하자 [그 문제는 여야총무가 할 일이니 총무들에게 맡기자]며 언급조차 회피했다.물론 이같은 대화내용은 전후문맥이 생략됐고 전달과정에서 다소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오후 주돈식대변인의 회담결과브리핑에서 기자들이 김대통령의이러한 언급에 대해 받아들인 뉘앙스는 공통적이었다.
브리핑 도중 몇차례 실소가 터져나왔으며 [이대표가 완전히 당했구먼] [YS가너무 심했다]는둥 갖가지 촌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고 이날 회담의 의미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번 여야 영수회담이 그러잖아도 {통치만 있고 정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는 오늘의 정치상황을 더욱 경색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는 것은 소리높여 외쳐온 {정치개혁}과도 거리가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