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영수회담 의미와 전망

입력 1994-03-12 00: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민주당대표와의 11일 청와대회동은 여야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해 정치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외에는 별 의미를 찾을 수 없는알맹이 없는 만남으로 끝났다.정치개혁법안이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직후 열린 이번회담에 대해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은 적잖은 기대를 걸며 지켜봤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김대통령의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자세에다 이대표의 과욕으로 여야간의 현격한 시각차만 드러내 되레 갈등의 골만 깊게 했다.특히 잔뜩 {선물}을 기대했던 이대표나 민주당으로서는 얻기는 커녕 당하기만 했다는 분위기여서 향후 여야관계는 물론 당내 파장까지 예고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시간여동안 진행된 이날회담은 이대표가 문제를 제기하면 김대통령이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김대통령은 어느하나 민주당측이 만족해 할 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 [아직도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는 북한이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보안법을 폐기할수 있는가]라며 폐지불가입장을 분명히 하고 북한형법과 미국법, 우리의 보안법을 비교한 표를 건네주기도 했다.

이대표의 방북추진에 대해서도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말려 들어갈 우려가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단도직입적으로 거부하고 방북해 남북정상회담을주선하겠다는 말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대응을 하기까지 했다.또 우루과이 라운드의 재협상요구에는 [재협상은 불가하다]고 잘라 말하고[국회비준때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되레 응수했다.

인권신장 촉구및 경찰중립화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정치공세적 요구로 치부한듯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밖에 5.18광주민주화운동 지원, 김대중씨 납치 진상조사, 상무대 정치자금문제등 다분히 의도적인 사안을 거론할 때는 극히 원론적인 답변으로 넘겼다.특히 김대통령은 다급해진 이대표가 선물을 하나 달라고 말하자 [국회에서지난번에 선거법을 개정해 주었고 우리가 만나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논하는것이 피차간 선물이 아니냐]고 야당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이날 회담이 끝난뒤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구체적인 합의나 세세한 타협여부에서가 아니라 혁명적인 선거법에 의한 새 정치풍토 개선과 국가현안 전반에 대해 격의없이 의견을 나누었다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민주당 박지원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가보안법과 북한관에 있어 현격한 시각차를 발견했으며 물가등 민생경제에 대해 안일한 판단을 하고있다]고 말했다.결국 이날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회동은 양측의 주장처럼 긍정과 부정적인 입장으로 엇갈렸다.

특히 이대표 개인으로는 성과는 고사하고 이중의 짐만 안게돼 앞으로 당내외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원만한 동반자관계를 역설해온 김대통령으로서도 오히려 정국의 전망을 엉클어지게 만든 꼴이 됨으로써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한 짐을 지게됐다.

이렇게 볼때 이번 여야영수회담은 두사람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없는 만남이었으며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