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부서진 영국자존심

입력 1994-03-08 08:00:00

영국 메이저내각은 최근 중국&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자국입장을대변 또는 옹호해 주어야 할 EU회원국들이 {팔짱을 낀채 딴청을 부리는 태도}에 깊은 회의에 젖어있는 것으로 보인다.영국과 중국관계는 홍콩민주개혁을 놓고 중국측이 주권간섭등 이유로 수용을거부하면서 양국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영국 또한 156년을 지속해온 과거식민지에 대한 영국의 전통적 개혁 지배방식이 이번 홍콩문제를 계기로 벽에 부딪히면서 자존심 손상등 감정적 차원까지 확산되어 반중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다.

영국과 말레이시아와의 갈등은 당초 영국 언론보도에서 비롯됐다.지난 88년 영국방위산업체가 무기구입 14억8천만달러 말레이시아 공급계약에선정되면서 말레이시아 정치인들에게 상당액수의 뇌물을 건네주었고 그밖에2억3천4백만 파운드(3억3천만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페르과우 수력발전프로젝트 공사입찰과정에서도 관리인들에게 현금을 주었다고 최근 폭로한바 있다.

이러한 보도에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는 격분, 향후 관급공사에서 영국기업들은 제외시킨다는 방침을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같은 양국정부의 반영조치는 영국으로 하여금 EU를 통한 압력행사로 사태해결을 모색하도록 1차목표를 설정해 놓았지만 프랑스&독일등 회원국들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태평양연안 경제발전의 두주역인 중국.말레이시아와 영국관계로 휩쓸려 알력이 발생하면 그만큼 이지역에서의 각종 이권배제와 경제진출 소외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비협조에 영국은 회원국 가운데 특정국가가 타 블록국가에 의해 제재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데도 자국위주 실리주의를 고수해나가면 EU창설의 근본취지에도 어긋난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세계경제 활력무대인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매력은 EU공동외교보다 더욱 중시할 수밖에 없는 개별국가의 집요한 국가이익 본성을 수면 위에 노출시켜버린 {경제시대의 세계}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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