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시대 어제와 오늘-4

입력 1994-02-21 00:00:00

김영삼대통령이 택했던 여러형태의 충격요법은 30년간 뿌리박혔던 군사정권의 적폐를 최단기간내에 일소하는데 오히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지도모른다.정상적인 법절차와 방법으로서는 이들 기득권들의 조직적인 반발때문에 시작때부터 한계에 부닥쳤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김대통령이 주도하는 청와대의 개혁사정은 문민정부 출범후 1년이 지난 지금시점에서 많은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법치가 아닌 인치라는, 과거 신정권의 출범초기마다 요란하게 시작됐던 일종의 군기확립과 같은 일과성행사로 끝나고 있다.

이제는 충격요법에서 벗어나 정치가 예측가능케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국가의장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것이다.

또한 군사통치기간 동안 흐트러졌던 도덕성을 일으켜세우고 왜곡된 역사를바로잡아 민족정기를 바로세워 국민대통합을 이뤄나가도록 해야할것이다.이를 위해 문민정부가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경제 정치 사회 환경 외교 통일등 각분야의 과제는 너무 산적해 있다.

경제분야에서 실명제라는 혁명적인 조치로 검은돈의 흐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부의 공정한 재분배는 요원한 상황이며 물가문제와 대기업중심의 경제구조등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개방이란 대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중앙은행에 대한 독립을 반대하고 있고 최근에는 UR협상에 대한 농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위무한다는 정치적인 논리로 모처럼만에 회생기미를 보이면서 자생력을 갖추는가 싶던 주식시장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등 시대역행적인 행태를 보여줬다.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말리면서 공공요금과 각종세금은 오히려 현실화 라는 이유로 대폭인상하는등 상반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정치분야에서도 인치문민독재라는 시비를 불식하기위해서라도 예측가능하고법에 근거한 통치가 실현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한 명실공히 3권분립의 한기둥으로 국회가 제기능을 발휘할수 있도록 해야한다.

수익사업이나 이권개입등 비리의 온상으로 주목되는 각종 관변단체에 대해서는 연간 수천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으면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는 연간 1백50억원정도에 불과한 국고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이 국회활성화정당정책의 구현이란 구호가 얼마나 허울뿐인가를 말해주고 있다.고속철도 도심통과결정을 둘러싸고 대구시민의 압도적인 지하화요구에도 불구, 청와대의 미온적 태도에서 신정부는 정책입안에 국민여론을 어떻게 수렴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소중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앞으로 통일한국과 국제화시대에 대비해 국가이익을 보전케하기위한 국제적.외교적 역량의 강화를 빼놓을 수 없다.

UR협상과정이나 북한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듯 김영삼정부는 국제외교분야에서는 속수무책 방관자적인 자세로 임하는등 미숙함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국민을 끝까지 우롱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또한 향후 전개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변화에도 북한핵문제에 임하는 방관자적인 자세를 계속할 경우 한반도 전체의 명운은 또다시 미국 일본중국등 외세에의해 우리의 국익이 심각하게 손상될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에 의해서도 우리의 이익을 침해당하는 사태가 초래될수 있음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과거정권이 그러했듯 내치의 공백을 메우기위한 것이 아닌 국익을 보전하고신장시키는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외교를 펼쳐야 할것이다.

또한 과거 30여년간 지고의 가치로 인식되던 성장위주 경제정책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할것이다. 두차례에 걸친 낙동강물 오염사건에서 볼수있듯 환경문제를 더이상 성장정책의 뒤로 밀려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환경라운드(GR)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위해서라도 지금부터 환경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와 환경파괴산업에서 에너지절약형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해나가는 작업을 당장 시작해야 할것이다.그러나 이러한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개혁과 과거청산요구를 덮으려해서는 안될것이다.

아직 과거 군사정권에 맞섰던 많은 사람들이 복권이 되지 않거나 아직 구금상태에 있는등 양심수문제는 여전히 현정권의 문민성에 의문부호를 던지게 하고있다.

국가보안법등 냉전시대하의 각종악법과 행정편의주의 권위주의시대의 제도법률등은 반드시 정리해야 할것이다.

최소한 과거사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려 국가의 정기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신정부의 출범당시 사정의 번득이는 칼날이 보복 한풀이라는 의혹을 낳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기대감에 부풀었었다.그러나 당시 열광하던 국민들은 지금 준엄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개혁프로그램과 국가장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민대통합을 이뤄내느냐의 여부가 향후 김영삼정부의 공과를 재는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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