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만일...

입력 1994-02-18 08:00:00

[아이고, 만일 저 녀석이 없었다면...] 다 큰 자기 손자를 쳐다보며 나에게자랑스레 보이고자 하는 한 할머니의 기쁨에 찬 소리이다. 그 할머니의 남편도 [그럼, 그럼]하며 맞장구쳤다.몇년전에 이와는 반대의 현상을 봤다. 17세 된 여고생이 애기를 가졌다. 이학생의 어머니는 세상이 부끄러워 두문불출했고, 속병을 앓다가 급기야는 드러누웠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고생이 애기를 가졌다는 수치스러운 이 사건은, 이 학생에게 있어서도 아름답고 소중한 앞날을 망쳐놓은 일이 돼버렸다.입시를 앞두고 그 학생은 학교를 포기했고 미용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후 그는 더이상 학생이 아니었고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어린나이에 한 엄마의 친구가 돼버렸다.

어느날 그렇게 분해하던 그 학생의 어머니는 세살이 된 자기 손녀를 안고서는 나에게 자랑스레 말을 건네왔다. [이년하고 노는 맛에 세상을 살아가지.만일 요것이 없었다면...]

사실 우리는 우리가 지워버린 귀한 많은 사람들이 없기에 이 세상에서 큰 불편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일 그들이 있다면 그들은우리보다 착한 사람들로서 이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놓고 있는 이 세상보다더욱 아름답게 가꾸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일상 만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만일 저 사람들이 없다면...]하고 퍽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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