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사찰수락과 남북관계

입력 1994-02-16 00:00:00

북한이 16일 새벽(한국시간)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임시및통상사찰을 전면수락함에 따라 새정부 출범후 한치의 진전이 없는 남북관계에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북한이 IAEA의 전면핵사찰요구를 부당한 압력으로 간주하고 결코 수용할 수없다는 입장에서 태도를 돌변, 핵사찰을 수락한 것은 일단 남북관계를 가로막아온 최대 장애인 핵문제의 해결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핵문제 진전은 정부가 이를 전제로 기업인 방북허용과 기초적 차원의 남북경협재개등 그동안 검토해온 다각적인 대북유화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수 있는여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볼수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우선 양측 최고당국자의 특사교환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해도 거의 무리는 없다.

왜냐하면 북한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가는 것은 막전 막후의 다양한 접촉과 협상, 그리고 모종의 합의에 의해 가능해 진 것이고, 이가운데는남북관계에 대한 전제도 포함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물론 현재로서 북한이 전격적으로 태도를 돌변해 7개 핵시설에 대한 IAEA의임시및 통상사찰을 수락한 이유는 정확히 알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뉴욕등지에서 미국과 활발한 막후접촉을 벌여왔다는점에 미루어볼때 향후 북미 관계개선에 대한 모종의 약속이 선행됐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이것은 또한 남북관계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도 내포되어 있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외교관례상 오랜 기간 밝혀지지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약속}의 전제조건에는 남북관계의 개선도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미양국은 지금까지 북.미관계의 개선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한미양국의 이같은 입장은 북도 명백히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은 대미관계개선을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진지한 태도로 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비관론과 낙관론은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로서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당국자들은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해왔으며남북관계는 대미관계 개선의 종속변수로 여겨왔다는 점을 비관론의 근거로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3월12일 NPT를 탈퇴한 이후 우리측 대화노력에 {주제넘은 짓}이라는 식의 고압적 태도를 보이며 무시해온게 사실이다.북한은 특히 지난해 10월 이미 일정까지 잡힌 남북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등 우리측을 대화의 상대로 아예 인정하지 않아왔다.

따라서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특사교환에 응한다 하더라도 {모양갖추기}식의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부내 비관론자들의 분석이다.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없진 않다.

당국자들은 긍정론의 근거로 우선 김일성의 동생인 김영주의 재등장을 제시한다.

남북대화 전문가인 김의 권력일선 복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의 재등장은 NPT탈퇴를 단행, 국제적 고립과 남북관계의 긴장을 자초한 김정일의 결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김일성이 대남전략을 직접 챙기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은 남북관계 개선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밖에 없다는 한미양국의 입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남북한 특사교환과 관계개선에도 성의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긍정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곧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대화에서 북한측이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처럼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북한은 대미관계의 진전정도에 맞춰 대남관계 개선의 속도를 조정할 것이라는 분석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따라서 북미관계의 개선속도는 미국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북한에 명백하게 인식시킬 경우 남북대화는 진전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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