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젖혀넘겼다. 손을 어깨위로 올릴때 도톰한 가슴과 허리의 곡선이 스웨터 속으로 비치는 듯 하였다."그럼 아저씨도-이상하네. 동유씨라 불러도 되지요?-동유씨도 만지는 것마다아름다운 선율이 되겠네요?"동유는 빙긋 웃었다.
"아 그건 작곡가들이지요. 우린 그들의 곡을 해석해서 연주할 뿐이에요. 게다가 전 그만한 천재도 못된답니다"
"아니에요. 타고났다는 점에서 음악하는 분들은 모두 천재예요. 참 우스운말이지만, 어린이 바이엘표지에 나팔을 부는 천사의 그림을 보고 이건 정말이야, 하며 감동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동유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녀의 말이 매혹적인 단선율처럼 들려오는것 같았다.
강변에는 낚시하던 중년이 돌아가고 그들만 남게 되었다. 물살소리가 배경음처럼 흐르고 있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스커트자락이 팔락였다.스커트자락이 팔락일때마다 무릎아래의 흰 살결이 그만큼씩 드러났다 감춰졌다 하였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갑자기 그녀를 잡고 키스를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상상을 하자 동유는 입안이 바싹 타들어가는 듯 하였다.얼마후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먹만한 돌들을 밟으며 비탈진 강둑을 위쪽과 아래쪽으로 어깨를 나란히 해서 걸어갔다.
"어마!"
둑을 벗어나려 할 즈음 디딘은 돌이 미끄러지며 그녀가 중심을 잃고 그에게로 넘어질 듯 했다. 이상힌 일이었다. 아래쪽을 걷던 동유는 웬지 그순간 꼼짝을 못한 것이었다. 껴안을 기회다 싶어 정신을 차리고 엉거주춤 팔을 벌렸을때는 이미 그녀가 중심을 잡고 몇걸음 앞으로 내디딘 뒤였다.이러한 엇갈림이 훗날까지 늘 자신을 따라다니지나 않을까 불안스런 암시를느끼며 동유는 그녀와 돌아가는 버서정류장으로 향했다. 금빛 노을을 등지고걷는 그녀의 모습은 한층 매혹적으로 빛나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