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뒤, 동유는 의혜를 만났다.전에 문구점에서 만난 꼬마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넘겨주었는데 그 장소에 의혜가 나온 것이었다. 의혜는 그때 산에서 쓰러진 동유를 덮어준 그 스웨터를입고 있었다.
[청천으로 한번 가보시지 않을래요?]
버스 뒷좌석에 옆구리가 서로 닿으며 함께 앉아 가는 것만으로도 동유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의혜도 오늘은 언니가 가게를 본다며 흔쾌히 동의를 하였다.강물은 며칠전에 내린 비로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너울이 다리 교각에부딪쳐 거품을 일으켰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의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음악대학을 다니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요. 그쪽과는 거리가 멀어요]
[아니 왜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동유는 대답하기가 곤혹스러웠다. 할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풀잎같은 그녀의 입술과청순한 자태 앞에서는 아무런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중에 들려드리지요...]
동유의 말이 더듬거려졌다. 의혜가 세운 무릎위에 손으로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연필로 가늘게 그은 듯이 선이 고운 그녀의 턱을 손으로 받쳐보고픈 마음이 가슴 밑바닥에서 보글보글 끓었다.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니 영혼이 얼마나 맑을까. 어쩌면 사랑도 그렇게 할것 같애. 그렇지 않은가요?]
가는 바람에 뒤로 묶인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한들거렸다. 동유는 앉은 채로옆에 납작한 돌을 집어들어 강물위로 무제비를 던졌다. 돌은 큰 반원을 그리며 물위를 통통 튀다 디미누엔도처럼 여려지며 물속에 잠겼다.[슈만이란 작곡가를 알죠? 슈만은 피아노 신동인 클라라라는 스승의 어린 딸을 사랑하였는데, 그녀와 일생동안 나눈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는 음악사에서 유명한 걸로 통하지요]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