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에 대한 인상은 마지막 불꽃처럼 그렇게 한번 타오르다 어이없는 목격하나로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녀를 마음속에서 내몰기위한 혐의가 자신에게먼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긴 하지만."나 거기에 갔다구? 아냐, 간적이 없어. 옆방 애들이 잘못 봤을 거야... 몇달전에 한번 본걸 어떻게 기억해. 제길, 내 모르는 사내놈일테지......안 갔다구 했잖아! 당분간 만나지 말자구"
그날밤 집에 돌아왔을때 걸려온 선영의 전화를 그런 식으로 받았다.이튿날 날이 개자 동유는 일찍부터 연습실로 갔다. 오랜만에 빈 교회당의흩어진 방석을 정돈하고 바닥도 말끔히 청소하였다. 구름이 걷히듯 이상스레마음이 정돈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허록이 나와 그의 연습을 거들었다. 피아노반주를 해주며 박자와 감정으로 그의 연주를 유도하였다.
검고 흰 건반위에서 허록의 여덟개 손가락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보노라면 언제나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씩 라벨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음의 또다른 영역을 보여주곤 하는 허록이었다.
동유가 허록의 곡을 연습하며 그렇게 몇날이 흘러갔다. 김수영의 시(시) '폭포'를 부제로 삼은 곡은 그의 미묘한 내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규정할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 없이 떨어진다.
동유가 악기를 내려놓고 쉬고 있을때면 허록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시를 암송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삶과 실천의 음악을 하는 그에게도 때로는 그렇게 '의미'를 붙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가 보았다. 하기야 세상이 의미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겠는가. '의미'는 접어둔채 단순한 치달음이 흥에 겨울때도 있고, 그보다 그 '의미'의 피곤함에서 잠시 놓여나고 싶은 때도 있을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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