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새 6

입력 1994-01-29 08:00:00

공단에서 세 정류장을 지나 버스에서 내리자 야트막한 언덕 아래로 다닥다닥붙어있는 스무평 남짓한 집들이 나타났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비가 그쳐가는데도 낮은 지대의 도로가 하수구 구멍에서는 물이 펑펑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집마당으로 물이 들어올까 나무판자 따위로 대문앞을 막느라 부산하였다.그녀의 자취방 골목은 지난 봄에 와 본 적이 있어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골목 초입에는 여자애들이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올리고 대야로 빗물을 퍼내는게 보였다. 다행히 선영의 자취방이 있는 집은 지대가 조금 높은 편이었다.서툴게 정성만 들인 탓에 페인트 칠이 되레 조잡하게 보이는 대문을 밀고 들어섰다. 새마을 보일러가 방마다 하나씩 붙어있는 방을 훑어보고 동유는 세번째가 선영의 방임을 기억해냈다.

[박선영씨 있어요?]

옆방에서 스무살 남짓한 여자애가 문을 열고 내다보자 동유가 물었다. 여자는 대답은 않고 목을 도로 집어넣더니, 방에서 뭐라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다른 애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 언니요. 친구집에 갔어요. 물난리를 만난집인데, 조금 있으면 올거에요.언니 애인 맞죠? 헤헤, 방에 들어가 계세요]

방에서 계집애들의 시끌적한 웃음소리가 터졌다. 동유는 야릇한 기분을 억누르며 선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선영의 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앉은뱅이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조그마한 책장에 시집과 수필집이 꽂힌게 보였다. 동료들과 찍은 사진이 바둑이인형옆에 세워져 있었다. 깨끗이 닦은 방에는 머리카락 하나 눈에 띄지 않아그녀의 착실한 생활을 보는것 같아 흐뭇해졌다.

동유가 방을 둘러보다가 차곡차곡 쌓인 이불위에 등을 기댔다. 그리곤 베개의 호청 지퍼가 열려있어 잠가주려다 장난스럽게 손을 집어넣었다. 그때 손에걸리는 게 있었다. 무심코 꺼내던 동유는 돌연 오물을 뒤집어 쓰는 것 같았다. 손에 걸린 것은 때가 꼬질꼬질 묻은 여자팬티였다. 머리카락이 마구 얽혀있고 핏자국 같은 것도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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