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무성과 유성의 음악

입력 1994-01-24 00:00:00

국악을 감상할 때 관악은 식임새와 조이고 풀면서 흘러 내리고 끌어 올리는소리를 들어야 제 맛이고 현악에서는 음과 음사이를 이어주는 농현을 들어야그 멋과 묘를 알 수있는 것이다.88년에 국립국악원에 와서 국악을 연구한 앨런 호버네스씨는 한국음악을 평하기를 "한국음악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산조도 재미 있으나 궁중양식거문고의 장대한 것이 더 인상적이었다. 다른 음악에 유래가 없는 고상한 상상을 가졌다. 이 스타일은 유성과 무성의 음악이었다. 장대한 억양의 움직임과 사라지는 음으로 그려진 무성의 미와 변화성은 귀로 듣는 음악보다 더 경이적이었다"고 하였다. 이 벽안의 노작곡가는 이미 관악에서 흘러내리고 끌어올리는 주법이나, 농현법을 다 알고 있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나는 그때까지 많은 노선생을 모시고 공부를 하였으나 우리 음악에 대하여이렇게 간결한 명문의 평은 들어보지 못하였으니 놀라움은 물론 두려움까지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서경덕의 화담집을 읽으면서 기쁨과 위로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니 화담집에 이르기를 {거문고 소리를 듣는데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음과 음사이에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것이 참맛이요, 소리를 듣는 것보다 소리 없는 것을 들어야 그 미묘함을 체득한다}고 하였으니 말이다.진정 한국음악의 묘와 멋은 조이고 풀고, 끌어 올리고 풀어 내리면서 음과음사이에서 생기는 농현의 무성속에서 유성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국악의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니 유성의 음악과 무성의 음악은 우리음악에서만 볼수 있는 특징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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