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찾기어지기

입력 1994-01-20 00:00:00

늘 그러하듯이 주일 오후에는 꼬마 손님들이 찾아오셨고, 내 방에 있는 모든것을 대접하고 얘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즐기는 습성이 있다. 지난 주에는 날씨가 추운 까닭에 손님들께서는 내 방에 머물면서 숨바꼭질을 하자고 졸라대었다.나는 주로 술래의 역할이었고 그들을 찾는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커튼 밑으로 빠꼼히 나와있는 국민학교 1학년짜리의 발을 못본 척하면서 화장실을, 책상밑을 그리고 냉장고 속을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 안타까워했었다.나의 손님은 재미있는 듯 킥킥거렸지만 그래도 모르는 척 "햐, 도대체 어데숨었지"하면서 엉뚱한 곳을 뒤지고 다녔다. 숨어만 있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한 그 예쁜 꼬마는 "신부님, 내(나를) 못 찾지롱- 나 여기 있지롱-!" 하고 소리치면서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커튼으로 얼굴을 가렸다.아이들은 숨어있기 위해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찾기어지는 재미에 이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네 인생 전부를 통해서 진행되어지는지도모르겠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좋은 점이 드러나기를 바라고 있다. 반대로 나의 부끄러운 점에 대해서는 감추는듯 하지마는 이것 또한 찾기어질 때에 나는 평온을 맛볼 수 있다. 안정되지 않은 사람은 자기에게 다가와 일으켜세워 주고 용기를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힘들고 외로울 때 누군가가 나를 찾아 주기를 바란다. 나 혼자서는 둔탁한 벽돌을 부술 수가 없다."신부님, 정말 내가 어디 숨었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던 꼬마손님처럼 "저여기에 괴롭게 있습니다. 나를 찾아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느님과숨바꼭질을 하면서 살아가는 나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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