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나각수정사회주의노선-프랑스상

입력 1994-01-19 12:28:00

프랑스의 정치풍토는 특이한 점이 허다하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동거내각 체제이다.미테랑 대통령은 좌파인 사회당 출신이고 발라뒤르 총리는 우파인 공화국연합(RPR)소속이다. 한마디로 쌍두마차체제나 다름없다. RPR은 현재내각을 같은우파인 프랑스민주동맹(UDF)과 함께 꾸려가고 있다. RPR총재인 쟈크 시라크(현 파리시장)와 UDF총재 지스카르 데스탱(전대통령)은 아직도 95년 대선출마야심을 포기하지 않고있다.

지난93년3월 총선에서 우파는 하원전체의석 5백77석가운데 80%이상을 차지,제1당이 됐다. 우파연합(RPR과 UDF)은 의석분포비율에 따라 내각 중요자리를RPR과 UDF출신으로 안배했다. 지난3월21일 총선직전까지 하원총의석중 267석(46%)으로 다수당이었던 사회당은 총선에서 경제난.실업증대등 실정으로 인기가 하락, 80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크게 세력이 위축됐다. 그외 공산당(PCF)은특정지역의 골수당원들 성원아래 25석을 차지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약진세를 보였던 환경당과 극우정당인 FN은 단1석도 확보하지 못해 중앙선거의 한계를 보여줬다.

만약 대통령이 다수당 소속이라면 총리와의 경륜및 이념이 흡사하기 때문에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는 소수당 소속 대통령이란 점에서 이념과 정치철학이 상이한 우파연합과의 팀웍은 항상 {화음}만이 나올 수 없다.

지난 86-88년 당시 동거내각에선 시라크 총리가 미테랑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으로 결국 정치적 상처만 입은채 하차했던 일이 있다.

시라크는 그때 경험을 잊을 수 없어 이번엔 비교적 온건하면서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인 발라뒤르를 총리로 추천하여 국정주도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발라뒤르총리는 의외로 난국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냉정한 판단과 합리적 계획으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수행하고 있는 국정이 {훌륭한 편}이라는 결론은 아니다.발라뒤르총리는 우파정권 탄생의 주인인 실업률감소와 경기회복에 대한 {가시적인 결실}을 아직 가져오지 못했다. 되레 실업자는 3백만명에서 20여만이늘었고 각종 이익단체의 집단이기주의(님비)소요현상은 끊임없이 반복, 국정혼란은 사회당내각때보다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민영화계획은 연일 반대소리 여론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에어프랑스(AF).교사.학생.국영기업의 권익옹호와 예산증가.감원반대요구시위는 단 하루라도 편안하게 넘어갈 날이 없었다. 게다가 미.EC 농산물협상인블레어하우스협정 재고를 요구하는 농민시위는 내각으로 하여금 {절묘한 외교력}을 발휘, 미국의 고압적 입김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발라뒤르총리를 압박해왔다.

우파열기가 일련의 재정적자를 구실로한 개혁정책에 의해 자칫 식어가고 있는 단계에서 재차 불이 지펴질수 있는 도약의 80년대 사회보장기금누증등 방만한 재정으로 경제적인 탄력을 상실케한 사회당 정권은 이제는 생산성이 가미된 수정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국가 경제와 국리민복을 위해 프랑스에서는 우파든 좌파든 {이론}과 {당론}을 뒷전에 물리치고현실적인 타개책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시키고 있다고 볼수 있다. 발라뒤르총리는 최근 자신이 입안한 경제 블루프린트(계획)는 향후5년이 경과해야 서서히 실효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예견, 성급한 경제적 이익에 골몰하고 있는 국민들의 기대를 인내력을 가지고 좀더 지켜봐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향후 1년5개월남짓 남은 프랑스대통령선거는 이제 어느정당.어느인물이 과거17세기 콜베르재상처럼 {국가의 부}를 일구는데 어느정도의 기여를 했는가에따라서 결판나게 될 것 같다. 클린턴이 {경제}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정치역정이 프랑스에서도 똑같은 궤도를 그려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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