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무기력증}원인제공자는 누구인가

입력 1994-01-18 08:00:00

집권여당인 민자당은 권력을 창출시킨 거대정치집단이다. 그러기때문에 국정운영의 1차적 책임을 지는 곳이며 따라서 당연히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받기도 한다.그러나 지금 민자당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무기력의 늪에서 헤매고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안팎에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사실 작년 한해동안은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되어 숨죽여왔고 최근에도 쌀개방등 우루과이라운드협상과 연초부터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물가상승, 식수파동등에서 뒷짐만 진채 방관자역할밖에는 하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이래 당회의에서도 모두 입을 다물어버리는 고질병에 걸려있다.

이런마당에 김종비대표는 이같은 따가운 비난을 의식한듯 지난17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물때문에 난리인데 우리당도 할일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운을 뗀뒤 백남치 제2정조실장을 가리키며 [지난15일 환경당정회의에서우리 당정책팀이 아무 복안없이 정부측 얘기를 듣기만 했다는 보도가 있던데그기사 봤느냐. 정말로 그랬느냐]고 전례없이 엄하게 나무랐다는 것.그러나 정가에서는 이같은 김대표의 질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왜냐하면 민자당 무력증의 상당부분은 김영삼대통령은 물론 김대표자신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당의 무기력은 일차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가 많다. 개혁과 국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당은 무조건 침묵해야한다는 듯한 김대통령의 인식이 민자당무기력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전당대회 연기도 비용절감과 잡음제거를 위해 단행되었지만 민주주의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개혁세력들의 철학과는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히 김대통령은 한때 40대기수론을내세우며 지도부를 공격했는데 막상 자신이 최고지도자가 되자 중진들의 활동을 동결시키며 누가 새리더가 될지 예측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 또다른 의미의 권위주의의 부활이다.

민자당이 힘이 쭉 빠져 있는 이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당정관계에서 우위를확보해라} {열심히 일하라}고 아무리 부추겨 봤자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충성론이 판치는 민자당에서 소신있는 발언과 생산적인 정치는 요원하다는생각이 든다. 당이 너무 시끄러워도 문제이지만 너무 조용한 것은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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