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교육과 열매

입력 1994-01-15 08:00:00

어느 젊은 시인은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그 시는 교사가 교단에서 학생들이 앉아있는 교실바닥으로 내려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있다. 전통적으로 우리사회에서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었고, 스승으로 높임을 받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이 나라의 교육을 진정으로 걱정하는선생님들은 스스로 스승이라는 말에 부끄러워하고 있다. 해마다 5월에 찾아오는 스승의 날은 그런 선생님들이 제자들이 가슴에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보면서 스스로 자기반성의 채찍을 자신의 몸에다 내려치는 아픈 날이다.많은 사람들은 오늘의 선생님들에게 스승이라는 칭호를 붙이지만, 실은 마음속으로부터 진심으로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돈이 주인되어활개치는 세상에서 교사는 여전히 {박봉의 월급쟁이}로서 사회.경제적으로별로 존경할만한 위치에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님들도 이제는 옛날의 선생님들이 아니다. 여전히 {박봉}이긴 하지만, 이제는 억지춘향식의 {스승}이라는 허울을 벗어나 {교육노동자}로서 혹은 {전문가}로서의 변신을 꾀하면서 고난의 길을 걸어왔으며 교육의 혁신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듭해왔다. 선생님들의 노력은 분단의 질곡속에 있는 지금도 정당하고 통일된 이후에도 여전히 정당할 것이다.우리의 교육정책은 대체로 경제의 구조와 발전논리에 종속되어 왔다. 그러나교육은 근본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길러내는 데 바쳐져야 한다. 학생들의삶의 질을 높여내고 이웃을 위해 무엇인가를 내 줄 수 있는 균형잡힌 인간으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그들이 이어갈 우리의 앞날은 별로 기대할만한 것이없을 것이다. 열매를 쉽게 익혀 따 먹을 생각은 누구나가 할 수 있다. 그러나교육은 그래선 안된다. 우리가 그 열매를 당장 따 먹지 못할 나무라도 오늘땀흘려 심을 줄 아는 마음이 없으면 결국 그르치고 말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