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투자 확대 최우선 둬야-상수도(1)

입력 1994-01-14 12:22:00

낙동강 식수원 오염사태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이번 사태는 돌발적이긴 하나 우리의 허술한 환경정책과 환경보호 의식을 노출시킨 사건이 아닐수 없다.현재 전국 7백60여 취수장중 상수보호구역을 가진곳은 51%인 3백9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천2백만명이 비보호 상태의 수돗물을마시고 있는 셈이다.상수보호구역을 가진 곳도 상당수가 구역 협소로 자정(자정)원수를 확보하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부는 유기물등 오염물질 반감거리를 4km로 정해이를 보호구역 설정의 근거로 삼고있다. 그러나 실제 반감거리는 6-10km에이르러 원수상태부터 만족한 수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 보호구역이 설정되더라도 관리인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아 식수에 관한한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외형조건은 개선이 어렵지 않은 문제들이다. 사태를 심각케 하는것은상수원수의 오염이 확대되고 있는 사실이다. 환경처 자료에 의하면 1급수 수준을 유지하는 상수원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지하수도 조사대상의 20% 가까운 숫자가 오염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약수터의 경우도 전국1천2백여곳중 23%(93년)가 음용수로 부적합한 것으로 밝혀져 국토 어디서도마음놓고 마실 물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1천만의 급수인구를 가진 낙동강 상수원수는 잇따른 오염사태와 공해지역의 확산으로 지역민들에게 큰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낙동강이 이처럼 사천화된 것은 적극적이고도 통합적인 수계관리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집앞물만 걱정했지 딴곳은 관심밖인 지방자치단체나 입으로만 대책을 앞세우고있는 정부의 무신경이 사천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논공취수장의 암모니아성 질소오염사태는 그 좋은 예다. 갈수기라는 시기적 특성과 취수장으로서는 부적당한 지리적 특성을 무심히 지나쳐오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꼴이다. 물론 여기에는 오염 원인제공자가 있었겠지만 문제의 발생과 대응태세부족은 과거보다 한걸음도 나아진게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상수관리가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관리체계의 부실뿐아니라 정책의지 부족에서 비롯되는 바도 크다. 산업우선의 정책이 환경문제를 뒷전으로 돌려 *음용수질 기준강화 *수질검사항목 확대 *배출허용기준 강화 *총량규제도입등을 지연시키고 있다.

폐수배출허용기준을보면우리나라가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1백50ppm이하를적용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30ppm, 싱가포르는 50ppm, 독일은 20-25ppm을적용하고 있다.

수질검사 항목의 경우도 상수관리 선진지인 대구가 페놀사태 이후 28종에서37종으로 늘린 정도다. 이에비해 미국은 92종, 일본은 72종, 프랑스는 52종등 우리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문제된 벤젠, 톨루엔은 아예 검사 항목에서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상수관리가 겉돌고 있는 사례는 이외에도 여러군데서 발견된다.전국 통계로는 92년의 하폐수발생량은 하루 2천55만t으로 생활하수가 60%,산업폐수가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이가운데 생활하수처리율은전국평균이 40%, 대구가 52%선이다.BOD30ppm이하로 방류돼야할 미처리 생활하수가 2백ppm 상태로 흘려 보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폐수는 BOD보다 중금속이나 난분해성 물질을 쏟아놓는데 더 큰 문제가있다.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업종별 총량규제에 나서고 있으나 산업발전 저해,투자비 과다등으로 우리나라서는 아직 대책을 못세우고 있다.분뇨처리장은 위해요인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나 대구지방환경청 조사에 의하면 이 또한 상수원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구.경북 28개 분뇨처리장 가운데 지난해 배출기준치 초과로 적발되지 않은곳은 단4군데 뿐이었다. 이들 처리장들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고보면 우리의 환경보호 수준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같은 전반적 '과실상태'가 수돗물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해 대구시민 설문조사에서는 99%가 수돗물을 생수로 사용할 수 없는것으로 인식했다. 91년 페놀사태 이후 수질개선이 됐다는 설문에도 과반수가회의적이었다.

상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상수 수질을 안정시키고 한단계 더 발전시키기위해서는 환경투자를 확대하는 길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수처리장.분뇨처리장 건설을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할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 경우 지난83년부터 93년까지 하수처리에만 총2천5백억원을 투입했으나 아직도 3천억원 가까운 돈을 더 투자해야 할 입장이다.

이같은 환경기반시설 투자외에 소형댐건설을 통해 수자원을 확충하고 상수원수계지역의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와함께 상수관리 체계를 개선, 낙동강 수계 전체를 감시.통괄하는 기구의신설 또는 조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현재와 같이 용수사용권은 수자원공사가, 용수 질규제는 환경처가, 용수감시는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는 체제로서는 수계관리가 겉돌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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