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수험생의 '잣대'

입력 1994-01-14 00:00:00

올해 역시 대학입시창구는 북새통이었다. 응시할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데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혼란을 가중하였다한다.수험생들을 면접하면서 강하게 받은 인상 한가지는, 전공학문에 대한 자신의열의나 적성보다는 일부 진학지도교사들이 만든 이른바 '잣대'점수표에 맞춰지원대학과 학과를 결정하였다는 점이다. 어떤 시험에서든지 꼭 통과하고자하는 의욕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쩌면 한평생 자신의 진로를 좌우할 전공과목을 정하는데 오로지 수능시험점수와 내신성적의 '잣대'만으로 기준을 삼는다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 개인한테도, 전체사회에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줄것 같지 않다.

마치 상대방 성격을 제대로 모르고 배우자로 삼은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않은일처럼, 자기 전공에 적성이 맞지 않으면 자연히 학업을 소홀히 하고 방황하기 마련이다. 이번 입시에는 성공하고도 정작 중요한 대학생활에서는 실패하고마는 사람들이 얼마나 생겨날는지 걱정이 앞선다. 한편, 어느 전공분야에응시하는 학생들의 점수를 해마다 시중에 나도는 '잣대'를 토대로 고정시켜간다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잘 양성하는 일이 한계에 부딪힌다고 본다. 특정 분야에만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면 전문인력수급의 질적 불균형을 낳고 말아 사회전체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아무리 원론적인 얘기라 하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잣대'로 삼아서전공학과를 결정해야 함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이제는 개혁을 교육개혁에서부터 펼친다고 정부가 내세웠다. 이것도 역시 원론적인 얘기이다. 진정, 원론이 '잣대'가 되는 세상이 언제 올까. 우리는 매순간 인생 수험생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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