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사

입력 1994-01-12 08:00:00

두살바기 외손자가 외출하는 나를 향해 연거푸 세번이나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애미가 그 옆에서 "할머니, 다녀 오십시오"하며대신 인사말을 해준다. 전통적인 우리 법도에 맞는 절을 하는 사람을 통 볼수 없는 요즘 세태다. 두세 마디의 말도 겨우 하는 어린 것의 앙증스런 행동에 무슨 보물이나 찾은 것처럼 더 반갑고 귀한 마음을 갖는다. 언제부터인가,우리의 인사법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니 인사하는절차도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진 것일까. 허리를 굽히는 것은 고사하고 머리숙여 인사하는 경우도 드물게 되었다. 허리나 머리를 굽히는 각도에 따라 공경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법인데, 이제는 그 구별이 없어졌다. 손위 사람이거나, 누구를 만나서도 아예 인사를 하지 않거나,그저 눈인사만 하는 경우, 고개만 까딱이는 경우, 손만 잡고 흔드는 경우, 이런 가벼운 인사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일상화되고 말았다. 아무도 그것을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게된 의식의 변화가 두렵다.집단적인 의식행사나 단체활동을 할 때마다 절하는 방법을 반복연습시키면서바르게 고쳐보려고 애를 써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머리나 허리는 좀처럼 굽혀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익히고 습관화되지 못한 까닭이다.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깊이 숙여 절하는, 정중하고 공손한 전래 인사법을되찾아야 한다. 우리가 늘 행했던 그 여유있고 품위있던 수인사법을 우리의자녀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예, 갔다 오겠습니다"하며 나도 허리를 1백도로 굽혀 절하며 답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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