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전대연기와 민정계

입력 1994-01-10 12:55:00

민주계의 문정수사무총장은 "민자당이라는 큰 바다에 민정계 민주계 공화계니 하는 어느강물 출신인가의 논의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계파불식을 촉구했지만 이를 반색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는 민자당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더욱더 냉소적일 뿐이다.민정계는 새해들어 당내 다수의 위치에 걸맞는 대접을 받을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구동성 비관적이다. 다수인 민정계가 더욱 더 그렇다.민자당내 절대다수면서도 당당하기만 한 민주계의 위세에 억눌려왔던 민정계의 유일한 세과시 장이 될것으로 보이던 5월 정기전당대회가 당총재인 대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연기된 데다 전당대회의 권한, 규모축소 논의마저 본격화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전당대회연기 발언이 있기전만 하더라도 민자당내에서는 간혹 민정계의 실력행사, 반발설등 온갖 억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6일 연두 기자회견을 계기로 또다시 민자당내 민정계는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돼버린 것이다.

현재 1백72명의 민자당의원 가운데 민정계의 뿌리를 가진 의원은 1백30여명,수치상으로는 감히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할 만큼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중심제라는 권력구조하에서 단순한 수의 논리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이들은 지난 일년간 뼈저리게 절감했다.

한해를 답답함만을 갖고 다음을 기약하며 중용되기만을 기다리던 민정계의원들 다수는 다시 묵묵히 지켜보는 것으로 올한해를 보내야만 하게 됐다.뭔가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5월 전당대회가 원천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3당합당 당시의 60%를 상회하던 전당대회 대의원수가 얼마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가 열리는 것은 그들로서는 정치적 세과시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민정계의원들 대다수는 지난해초부터 현 김종필대표체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하며 민주계대표 옹립을 주장해온 민주계와는 또 다른 이유에서 김대표체제의 변화를 {조용히} 요구해왔다.

3당합당의 한 주역이긴 하지만 14대총선을 계기로 민자당내 지분을 소유한주주의 자리에서 소계보의 중간보스 정도로 격하됐다는 것이 민정계가 김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당내에는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정계와 김대통령을업고 있는 민주계만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 시각인 것이다.따라서 5월의 전당대회가 자신들에게는 더없는 좋은 기회가 될수 있다는 기대감을 피력했고 민정계대표라는 일말의 기대감마저 표하기도 했다. 그러던것이 대통령의 한마디로 일거에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이같은 시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이들 민정계 다수는 {계파타파}에 대한당지도부의 강력한 요구가 순수한 의미의 당의 일치단결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당에 대한 민주계의 장악력확보를 위한 {시간벌기}라는 것이이들의 해석이다.

김대통령의 전당대회연기도 출발점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민주계의 조용한세확장만 돕게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될 사고지구당부에 대한 보완이나 부실지구당 정비작업등에서도"계파구분없이 개혁에 동참할 수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능력위주로 하겠다"는 당지도부의 공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차근차근 자신들에 대한입지좁히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지금당장 현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찾은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탄만 할 뿐 속수무책이다.

국가적 과제인 경쟁력강화를 위해 정치적인 행사로 국력을 소모할 수 없다는김대통령의 논리를 뒤집을 아무런 명분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칫 이들이 집단행동을 보이더라도 분파행동으로 당내갈등만 조장한다는 비난만을 초래할 것이 뻔한 이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올한해도 민자당내 절대다수인 민정계는 가슴앓이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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