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재고리 단절 가속화-일본

입력 1994-01-03 12:11:00

자민당의 38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신인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총리는 작년10월 여론조사에서 73.4%의 지지율을 보였다. 같은 연립여당의공명당 이시다(석전행사낭)위원장은 이를 두고 언제 떨어질지 불안하다며 {고소공포증}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였다.호소카와의 인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참신성과 정치개혁 의지를 재산으로한다. 구태의연했던 자민당 총리들과는 달리, 그는 즐겨 {관례}를 깨고 특유의 {호소카와류}를 연출한다. 국민들은 그래서 신선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민당정권들이 정치개혁을 외면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번번이 폐안됐던 4개개혁법안을 호소카와정권은 중의원에서 처음 통과시켰다. 당장의 성부보다강력한 추진의지에 국민들은 우선 점수를 보낸다.

호소카와총리는 작년9월 슈미트 전서독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높은 인기에 화제가 미치자, 이렇게 말한 적이있다. [국민들은 나에게 {혁명가}를 기대하고있습니다. 결단코 개혁을 밀고나가지 않으면 지지율은 떨어지고 말것입니다]그는 정치개혁이 곧 자신의 정치운명임을 알고있는 것이다.비자민 연립정권 출범후의 변화가 반드시 호소카와 정권의 정치수완에서 비롯됐다고 볼수는 없지만, 지난5개월사이 일본정치는 유무형의 엄청난 변혁을겪었다. 이른바 {정.관.재} 유착구조 붕괴조짐등, 긍정적인 변화가 곳곳에서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정치법안 중의원통과와 쌀개방등 두 고비를 제외하고는 아직 일다운 일을 못했다는 점에서, {정확히는 자민당이 정권을 잃어 파생된 후유증들}이라고 인색한 평가다. 심각한 불황대책을 촉구하는 데도, 작년말 예산안보다는 정치개혁 우선심의 결정을 내린 것 역시, 개혁의지는 엿볼 수 있으나{일}은 뒤로 미룬 격이며, 그래서 지지율이 60%대로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연립내부의 잦은 의견충돌과 이중구조적인 권력행사, 그리고 정권측의난조에 관료주도가 두드러진 점등 아직 호소카와정권의 {개혁업적}은 내놓을게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나라에서나 정치의 큰 변혁은 작은 변화에서 출발한다.취임후 호소카와총리는 각료들에게 요정출입을 삼가토록 했다. 그리고 국기인 스모 우승자등 각종 대회에 금일봉까지 곁들여 수여해온 1백여건의 {총리대신상}을 간소화, {허례와 매명}의 금지를 지시했다. 외국순방 때 국회의원과 재계인사를 대동하던 관행을 깨고 실무진만을 데리고 다녔다. 경주방문 때장관 한명 수행하지 않은 것도 사실은 그의 스타일에 기인했다. 호소카와정권의 이같은 주의.주장은 반향을 일으키면서 정치.사회에 급속히 번져나갔다.매년 1백40억엔(약1천50억원)가량의 정치자금을 두말없이 자민당에 건네왔던경제단체연합회는 앞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다른 경제4단체들이 경단련의 뒤를 따른 것은 물론이다. 특히 불법정치자금수수가 검찰수사로 단죄되면서 자금기부가 대폭 줄어,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정당.정치단체의 지방분 정치자금이 5년만에 9%가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자민당은 무려 18.1%나 감소, 권력무상을 실감케 했다. 왕년의 집권당이 이제 자금난으로 기관지발행에 어려움을 겪고있고, 대부분의 파벌은 매년 계파의원들에게 2백만-5백만엔까지 지급해오던 연말 떡값도 지급하지 못했다.{정.관.재} 유착구조 붕괴는 자민당 시절의 관행이 약화되면서 자연히 가속되고 있다. 정책협의를 빙자한 정치인-관료의 밀착, 업계와 정치인의 헌금-뒤봐주기 거래, 관료-업계의 상호편의.자리제공을 뜻하는 3각구조는 관계와 연이 깊은 집권당의원들, 즉 {족의원}이 사라짐에 따라 사양길을 걷고있다.정권측의 관료장악 부족은 관료독립성을 강화하는 측면도 지적된다. 일본 사법기관의 독립성에 평판이 나있기는 하지만 도쿄지검이 정.재계의 불법 정치자금수사에 맹위를 떨친 것을 두고 {정권이 허약해서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쿄지검특수부는 3각유착의 표본인건설업계 자금수수와 관련, 작년한해 지사2명을 포함한 선출직 고급관료 7명과 8개 대형건설사 간부등 모두 29명을 체포.기소했다. 이제 국회회기가 끝나면 중앙정계의 거물들이 줄줄이 걸려들 것이라는 소문도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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