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장관 얘기 못믿겠다

입력 1993-12-20 08:00:00

무기사기사건의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권녕해국방장관이 일요일인 어제오후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사건경과와 수사내용을 밝혔고 대국민사과도 함께 했다. 개신교장로인 권국방의 이같은 일요일회견은 매우 이례적이고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일수도 있으나 회견내용은 그동안 {무기사기}에 짙은 의혹을 품어온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못한 기대이하의 것이었다.이날 권국방은 무기사기와 관련, 전.현직군수본부장 5명을 수사하고 있으며실무자급 2-3명은 곧 구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들에게 심심한 사죄를 드린다고 사과의 말도 잊지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권국방의 느닷없는 기자회견에 국민들의 시각은 사건의 진실을 소상히 밝히려는 모습이 아니고 국방부에 쏠린 따가운 눈총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보는것같다.

의혹을 풀려고 가진 기자회견에 대해서마저 이같은 의혹을 갖게되는 것은 권국방의 얘기가 그동안 두껍게 싸인 무기사기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겠다. 이날 권국방이 밝혔듯이 자신이 무기사기사건을 보고받은 시점이 지난 7월28일었는데 왜 그때 즉각적인 철저한 수사를하도록 조치하지않았느냐는 것이다.

권국방은 단순한 금융사고로 국고회수에만 신경을 썼다고 했으나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금융사고이건 무기사기이건간에 모두가 국방부안에서 일어난 부정내지는 불법행위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로인한 책임을 진 사람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그런데 권국방은 자신이 사건발생을 인지한지 4개월여동안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어 조치한 흔적이 없다. 더욱이 감사원이 사기사건을 적발, 관련자들의징계를 요구했는데 이것도 묵살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처럼 무기사기사건은 오랫동안 은폐돼왔고 이를 인지하고 있던 범위도 인지시기에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몰라도 국방장관을 비롯해 고위간부들이 거의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인것같다. 이제 국방부는 사건의 진상을 앞장서 벗기는 역할을 해야지 은폐나 축소는 추호도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실무자급2-3명 구속수사방침을 밝히기 위해 일요일기자회견을 가진 행동자체에 의혹을가지는 지금의 분위기를 국방부는 읽을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5공말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을 은폐하려고 발버둥치다가 몰락한 경찰수뇌진의 어리석음을 지금 상기하고 있다. 진실은 어떻게해서도 드러나게돼 있다. 영원한 은폐나 축소는 불가능한 것이다. 국방부는 따가운 눈총에서벗어나려면 정직한 자백이 필요한데 장관의 얘기에도 국민들이 정직성을 주지못하고 있으니 무기사기의 후유증이 어디까지 증폭될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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