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인사가 뜻하는 것

입력 1993-12-13 00:00:00

북한정권의 지상목표는 여전히 {체제고수}인것 같다. 질기게 붙들고 있는 핵문제도, 그들이 실패했다고 자인한 경제문제도 {체제고수}의 한 방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3일째 단행한 인사를 보면 {체제고수}를 위해 김정일체제는 가족적으로 보강하는 대신 여태까지의 핵정책 관여자에겐 책임을 물어 2선으로 퇴진시키고 핵과 경제문제는 새로운 돌파구를위해 새인물을 기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김일성주석의 실제인 김영주(71)가 18년만에 서열7위인 정치국후보위원으로임명되어 국가부주석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김정일체제의 완벽한 구축을 위한 보호 울타리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영주는 60-70년대 당조직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행정관료들이 그를 상당히 따르는등 모나지 않는성격인데다 현재 나이로 보아 {후계자의 후견인}으로 가장 안전하고 유능한인물로 찍혔다는 것이다.

전남 신안출신의 조총련부의장을 지낸 김병식(74)을 부주석으로 기용한 것은한해 8백억엔씩을 송금해주는 조총련의 중요성을 인식한 인사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북한은 최근들어 조총련내부에서 북한송금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있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당국도 조총련자금이 핵무기개발에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시점이다. 북한당국은 조총련의대북한 송금이 자의든 타의든 중단되는 경우 김병식을 이용하여 조총련의 지속적인 지원은 물론 막힌 구멍을 뚫는 용도로까지 고려하고 있는듯 하다. 김병식의 부주석 기용에 따른 또다른 의미는 김일성주석이 지난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교시한 남한과 해외거주동포를 포함한 전민족대단결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해외동포출신의 영입은 바람직한 결단으로 보아야할 것 같다.다음으로 주목되는 인사는 바로 김일성의 조카사위인 황장엽이 외교위원장이된 사실이다. 황은 사상분야 종사자로 주체사상토론회를 주재하면서 그동안수십개국을 방문, 외교적역량이 있는 인물로 평가되어 왔다. 황은 특히 일본통이어서 부주석에 임명된 김병식과 함께 점점 악화되고 있는 대일본관계를개선해 나가리라는 기대도 이번 인사에서 한몫을 한것 같다.김일성주석이 조카사위인 황에게 외교중책을 맡긴 이유중의 하나는 정부내에김시일가의 세력을 강화하여 김정일후계구도를 더욱 튼튼히 하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것 같다.

이외에도 북한당국은 남한출신인 류미영(월북한 최덕신의 처)을 천도교청우당위원장으로 김석형(사회과학원장)을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위원으로 선출하는등 전민족대단결작업 추진을 위한 단단한 결의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김일성주석이 추구하는 대단결작업은 밖으로 향하는 문은 굳게 잠근채 좁은 울타리속에서 {체제고수}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같아 보기에 매우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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