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부모노릇

입력 1993-12-10 00:00:00

요즘들어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교육프로그램이 부쩍 눈에 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낳고 가르치는 부모의 역할은 마찬가지이지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틈바구니에서 날로 핵가족화 되다보니 자녀교육도 그 내용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무슨 일이든지 범위를 좁혀 따지고 들면 과도기 아닌 때가 없지만 자녀교육에 관한한 우리세대도 과도기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는것 같다. 철들고부터는부모님의 따뜻한 말한마디나 격려의 토닥거림조차 별반 기억에 없는 나로서는 아내를 비롯한 주위에서 아버지의 몫으로 구분해놓은 것들이 부자연스러울때가 많다. 부자간의 대화나 자연스러운 스킨십등 주로 관심의 표현방법에관한 것들인데 그런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아이들은 저절로 자란다"고 고개를돌리는 나에게 아내는 "가꾼대로 거둔다"며 맞선다.

그런데 얼마전 우연히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이 쓰신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읽고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무슨 복잡한 교육이론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활속에서 자녀들과 부대끼는 가운데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흥미롭게 써내려간 책이었다. 자녀교육의 역할을 위한마음가짐이나 교육적 환경등을 집집의 실례를 들어 보여주는데 가장 중요한부분은 역시 자녀와의 대화였다. 식사를 하거나 TV를 보면서, 또는 아이와한이불속에서 부드럽게 오가는 대화가 아이에게 어떤 방향으로든 좋은 영향을미치리라는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떤자리에서건 대화에 자신감을 갖고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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