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장관의 {배짱}과 {한숨}

입력 1993-12-04 00:00:00

허신행농림수산장관은 3일오후1시(한국시각 밤9시)브뤼셀EC한국대표부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EC측에게 {쌀시장개방불가} 한국입장을 측면옹호해줄것을 호소한 후 EC측으로부터 받은 반응과 향후 대책등에 관해 진솔하게털어놓고 여론의 심판을 받을 각오가 돼있다는 담담한 심정을 피력했다.허장관의 안색은 이날 차라리 여유와 자신감마저 찾아볼 수 있을만큼 생기가완연했다. 어떻게 막중한 국가중대사를 앞두고 비장한 체취가 전혀 보이지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응답했다. [박특파원! 나는 이순간 물러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입장이 안타깝고 쫓기는 상황이라고 해서 협상에 임하는 수석대표가 초췌하고 나약해보이면 우리의 협상력과 배짱도 자신없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감지될 수 있습니다. 절대절명의 순간에 빠져있더라도죽기아니면 살기식의 저돌적 행동력만이 우리측의 협상지분을 넓힐 수 있는것입니다]그러나 허장관은 외관상 밝은 표정속에서도 그는 대세흐름의 불안탓인지 한숨과 가늘어진 톤을 감추지는 못했다. 오는 6일이면 사실상 EC와 미국협상의완전타결가능성도 그가 느끼고 있는 우리쌀문제에 대한 압력가중의 부담이었다.

허장관이 이날 회견에서 가장 낙담천만의 뉘앙스를 풍긴 발언대목은 르네 스타이센 EC농업담당 집행위원이 강조한 [한국의 쌀개방불가 예외조항을 인정하게 된다면 1백16개국 회원국 어느나라도 이같은 특혜(?)를 서로 누리려고 발버둥칠 것이고 EC내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은 현재 한국처지와는 비교할 수없는 참담한 경제사정에 처해있다]란 대목이었다.

이날 EC측은 한국에 대해 거의 일본에 버금가는 경제대국이라는 과대평가에인색치 않았으며 [개발도상형의 소폭개방(3%선)이 이뤄진다해서 막강한 경제력에 얼마만한 영향력이 미치겠는가]라고 되레 한국측의 협조를 구했다는 후평이다. 쌀문화에 대한 우리의 설득력의 한계, 우리나라 국력의 과대평가로빚어진 양보요구, 중산층과 농민들간의 소득격차에 관한 이해부족등이 이날EC측이 우리에게 풍겨준 {우리만의 딜레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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