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하장을 보낼때가 다가온다. 편지가 거의 사라진 오늘날 연하장을통해서나마 벗이 쓴 몇마디의 글씨를 들여다보며 가슴 적시던 옛노래를 되새겨보는 것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돈과 권력조직의 그물에 끼여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25시의 이야기일망정 누구누구의 것은 기다려지는것이 사실이다. 근래에는 그 연하장마저 이름까지 인쇄해 보내는 실례가 파다한 가운데에서도 그래도 몇장은 정성든 것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세배 두번하는 현실 그런데 문제는 그 연하장이란 {지난해의 은혜에 감사하며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설날을 전후하여 세배(세배)를 하는 것인데연하장을 보내고 한달쯤 뒤인 음력 1월1일에 다시 세배하고 다니게 된 사정에있다. 세배를 두번 하는 현실이니 어느 것이 1월1일이고 어느 것이 진짜 {설}인가.국어사전에 {설}은 새해의 1월1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양력으로 생활하면 양력 1월1일이 설이고 음력으로 생활하면 음력 1월1일이 설일 것이다.그런데 우리는 양력으로 생활하면서 설만은 음력을 따라야 한다는 사람이많다. 그런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라 노태우정부 당시 그렇게 공식화해 버렸다. 그것으로라도 국민의 환심을 사서 군사정권의 약점을 메워보자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90년이던가, 그때 필자는 청와대를 향하여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청와대 사람을 만나면 마구 욕을 했다. 우선 사소한 법률도 입법예고한뒤에 국회에서본론을 거쳐 결정하는데 {설}을 바꾸는 커다란 문제를 어떻게 청와대의 몇사람이 모여 결정하는가 말이다. 그때 언론에서는 우리의 {설}을 찾았다고 떠들어 댔다. 그래서 필자는 몇몇 언론사에 들러 지구를 거꾸로 돌리는 사람이라고 타박했다.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1월1일이 있고 모든 사람에게 설이 있는것이어늘 무슨 우리의 설이 따로 있는가. 또 양력설은 일본의 것이고 우리의것은 음력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것도 잘못이다.
양력에 대한 엉뚱한착각 전통적으로는 일본도 음력을 사용하였다. 원래 태음의 달력인 음력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하여 그 동쪽인 중국에서 더욱 다듬어져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사용하게 되었고, 양력은 이집트에서 발생하여 그서쪽인 로마에서 다듬어져 서양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것말고도 러시아 달력처럼 또 다른 것도 몇가지 있으나 전통시대의 달력은 대체로 동양식음력과 서양식 양력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와 일본이 양력으로바꾼 것은 백년 전 안팎의 일이다. 우리는 1896년부터 양력으로 고쳤다. 그래서 그 해를 양력을 세웠다는 뜻으로 {건양} 1년이라 했다. 따라서 대한제국의 정부문서는 1895년까지는 음력이고 96년부터는 양력으로 쓰여져 있다. 이런데 양력이 왜 일본의 것이고 우리의 것은 언제까지나 음력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일제시대에 양력을 권장한데 대하여 음력을 고집했다고 해서 무슨 민족정기나 세운 것처럼 생각하는 엉뚱한 착각은 삼가야 할 것이다.아쉬움과 갈길 가려야 그런데 우리가 음력을 사용한 오랜 관습때문에 쉽게 양력으로 돌아서기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양력으로 생활할정도로 고쳐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어릴때만 해도 음력날짜로 생활하는이가 많았으나 이제는 거의 양력으로 생활하게끔 되었다. {설}도 서서히 양력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네 풍속에서 머리의 상투나 비녀가 사라지듯이 음력설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쉬운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옛 것을버릴때는 무엇이든 아쉽지만 앞날을 위하여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 것이다.아쉬운 것과 가야할 길은 가릴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한해동안의 생활을 음력으로 고칠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음력1월1일이 {설}이 될수 없는 것이다.
혹은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야하지 않는가라고 말하는 수가 있다. 제사는 추도식이다. 굳이 음력으로 지내야 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설날의 다례는 새해1월1일을 맞이한 다례이다. 새해를 맞아 조상앞에 마음을 가다듬는 예절인것이다. 그런데 자기는 양력으로 이미 연하장까지 보내고 새해를 맞아 살면서다례는 미루어뒀다가 한달쯤 뒤에 지낸다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몇백년전의조상에게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양력1월1일에 다례를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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