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지방검찰청 D검사는 수사를 하면서 불과 몇달동안 세상이 무척 변했다는 생각을 한다.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권}이라는 단어가 파렴치, 잡범의 입에서도 스스럼없이 나오고 어쩌다가 참고인이라도 한번 소환할 경우 직접 전화를 해 예의바르게 청해도 제일 먼저 나오는 단어가 {인권}이어서 문민시대에살고 있다는 실감을 한다.
그는 얼마전 뇌물수수사건을 수사하려다 스스로 포기한 경험이 있다.내사사건이어서 긴급구속장 청구도 안되는데다 임의동행의 방법도 사용할 수없어 나름대로 유력인사인 내사대상자에게 전화를 해 혐의내용을 알려주고철야수사도 할 수 없으니 근무시간중에 검찰청으로 출두를 요구했다.그러나 예의 인권을 운운하면서 출두할 수 없다고 했고 며칠이 지나 스스로나오겠다고 연락을 해왔지만 그때는 이미 증거가 될 만한 모든 서류는 없애버린 뒤라고 판단돼 결국 수사를 포기하고 말았다고.
D검사는 이러한 인권문제는 과거 정치, 사상범사건이나 수사편의와 관련된검찰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범죄수사에 대한 제도의 보완이 없다면 현재의 법제도로서는 결국 피해를 보는것은 선량한 국민이라는 것이 D검사의 주장이다.
그는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선량한 국민들의 인권이 더욱 소중한 것"이라면서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고 피의자를 검거해오면 술술 자백하는 범죄가 도대체 몇건이나 되겠느냐"고 말한다.이러한 불만은 D검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새정부 출범이후 안팎으로 개혁의 목소리에 시달려온 검찰이 지난달 전국 검사장회의 결과 {임의동행및 철야수사의 원칙적인 금지, 긴급 구속장제 활용,예금계좌추적금지}등의 자체개혁 방안이 나온 이후 생긴 검찰내부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또다른 한 검사는 "사실 최근 들어 인지, 기획수사를 포기한 상태에서 경찰의 송치사건만 열심히 처리하고 거의 오후 5시면 퇴근해 오히려 편안하다"면서 "솔직히 새정부출범이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정작업과 토착비리에 대한 수사의 경우 법조문대로 또박또박 처리한 경우가 얼마나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내부의 이러한 불만은 그동안 무리한 수사관행에 길들여진 검찰의 일시적인 고통일 수도 있고 사각지대에 있던 피의자의 인권이 검찰의 아킬레스건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솔직한 고백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의 인권이든 존중돼야 한다는 대명제는 지켜져야하고 이에따라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은 사라져야하며 새로운 검찰로 태어나야 한다는 바람은검찰이나 국민이나 한결같을수 밖에 없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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