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리 제대로 될까

입력 1993-11-19 00:00:00

첫 {문민국회}는 일정대로 무사히 종착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현재상태로봐서는 비관적이다.12월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빡빡한 일정임에도 결산심의에무려 7일간이나 허비, 앞으로 남은 11일동안 부처별 예산안심사와 계수조정소위등의 활동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0...애초부터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출범한 이번 정기국회는 곳곳에 도사린{지뢰}들로 순항이 예견되지는 않았다. 민자당은 청와대에서 애착을 보이는정치관계법의 혁명적인 개정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다 지난15일 청와대 조찬모임에서 대통령이 법안의 회기내처리와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를 강조하자 이에 목을 메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연계냐 아니냐}를 놓고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은 민자당이노리는데로 끌려갈 경우 당분간 정치의 {주도권 장악}이 요원해진다는 절박감에서 개혁입법, 즉 안기부법의 개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김병오민주당정책의장이 김종호민자당정책의장에게 전화통화를 통해 [안기부법 선물만 가져오면 만사형통]이라고 한 것도 민주당이 실제로는 정치관계법과 예산안심의를 개혁입법과 연계시키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민주당은 또 민자당측이 {각별한} 관심을 표하고 있는 선거법에 대해 [당장 선거가닥친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좀처럼 타협점을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안기부법의 경우 여야간에 수사권과 정보조정권의 폐지문제등과 신설될 국회정보위의 예산실질심사제를 둘러싸고 너무 현격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추곡수매의 문제에 있어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민자당이 9백만섬수매에3%수매가 인상인데 비해 민주당은 1천2백만섬에 16%인상을 주장하고 있어{하늘과 땅}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0...예결위는 그동안 안기부의 예산공개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보인데이어 18일에는 예산처리과정에서 논의해야할 정부측 추곡수매안을 붙들고 늘어지는 바람에 결산안 본회의통과를 하루 미루는 결과를 낳았다.이같이 초반에 돌아가는 형국만 봐도 막판에 가서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을것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민주당은 안기부가 81년부터 93년까지 직간접적으로 사용한 총 4조6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의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집요한 공세를 벌였다. 감사원의감사도 국회심의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안기부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권을 확보하는 것은 민주당의 종국적인 목표인 안기부법개정과도 맞물려 있어 이에 상반된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 민자당과 합의점을 좀처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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