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민자간부 조찬발언 배경

입력 1993-11-16 00:00:00

김영삼대통령은 출국을 목전에 두고 15일 김종비대표를 비롯, 민자당지도부를 불러 상당히 중요한 얘기들을 꺼냈다. 이날 조찬에서 [가슴 아프고 답답한얘기 좀 하겠다]면서 시작한 일장훈시는 외유기간중 당이 잘 하라는 수준을넘어서 민자당은 물론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질책과 경고가 담겨져 있다는게일반적인 분석이다.물론 이날 김대통령은 정치권의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이는 [중단없는 개혁을 추진하겠으며 민자당도 변화와 개혁의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구심체가 되어야하고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세계가 지금 한국의 개혁을 부러워하고 있으나 정치분야에서만은 후진성을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근래 대두되고 있는 국면전환의 낙관론을 제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정가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정가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대목은 역시 민자당을 향한 발언내용부분이다. 이날 김대통령의 얘기는 두가지로 압축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첫째는 자신의 개혁조치의 커다란 기둥으로 삼고 있는 선거법등 정치관계법개정안의 무조건 통과를 실천하라는 지침이 담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예산안과 약사법 개정안의 처리도 함께 주문했다. 심지어 이들 법안의 경우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강행처리하라는 묵시적인 지시마저 내포되어 있을정도였다. 특히 선거법등 정치관계법의 경우 개혁원년에 꼭 통과시켜 개혁1년평가를 빛나게 장식하려는 속셈도 강하게 깔려 있다고 봐야겠다.두번째는 우선 당이 잡음과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조용하라는 것이다. 최근의 차기당대표선임과 당직개편을 둘러싸고 야기된 계파간의 갈등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를 더이상 묵과할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것으로 볼수 있다.이와관련한 김대통령의 의중은 크게 김대표에 대한 격려, 최형우 전총장및유성환의원에 대한 질책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는게 정가의 지배적인 추측이다.

우선 김대통령은 최근 최전총장의 자질시비발언과 야당측의맹공격으로 사면초가 입장에 빠져 곤욕을 치르고 있던 김대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김대통령은 [당은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며 김대표중심의 당운영을 재확인했다.

김대통령의 얘기중에서 최근 당을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인 최전총장과 유의원에게는 뼈아픈 내용이 담겨져 있음은 부인할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당내 일부에서 자기나 당과 국민에게 이롭지 못한 언동을 함으로써 국민과언론에 당이 분열되고 있는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어 유감이다]라는 표현은명백히 이들 두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이들을 꾸짖은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정가에서는 사조직형성과 인맥심기등으로 민정계로부터 탐탁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는 김덕룡장관도 이에 포함된다는 얘기들도 적잖은 실정이다.

어쨌든 김대통령은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천명한 것으로 볼수있다. 특히 최전총장의 경우 최근까지 당대표자리를 노린점을 감안하면 김대통령의 [자기 직분이나 권한밖의 이야기는 하지마라]는말은 차기당대표선임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사실의 간접적인 시사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최전총장과 유의원에 대한 강한 경고에는 훨씬 강도가 덜하지만 민저계중진들에 대한 우려도 빠뜨리지 않아 눈길을 모으고 있다[일부에서 끼리끼리 모여 밥먹는 것은 쓸데없는 추측만 남길 우려가 있는만큼 삼가라]라는 대목은 민정계중진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정가일각에서는 민주계 인사들만 나무랄수 없어 함께 거론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간 청와대측의 교감속에 활발한 행보를 보여온 김윤환의원도 대통령의 계파활동자제발언의 모양을 갖춰주기위해 15일 당일은 물론 일단 앞으로 오해를살만함 욈은 갖지않을 방침을 세웠다. 정가에서는 김의원이 청와대로부터 김대통령의 발언내용에 대해 사전에 귀띔을 받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여튼김대통령의 이날 조찬발언은 최전총장에 집중적언 겨냥이 있었다는 점에서민정계는 일단 반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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