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상위 두 얼굴로

입력 1993-11-15 00:00:00

13일 열린 국회보사위에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한 광경과 정치권을훈훈하게만든 장면이 잇따라 일어나 정가의 관심을 끌었다.전자는 최근 지리산 양수리 발전소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측이자신을 고발키로 했다는 언론보도에 {무식한 국민...}운운해 구설수에 올랐던 황산성 환경처장관이 국회에까지 다시나와 언론을 맹비난하며 독설을 퍼부었던 일.후자는 이만섭국회의장이 오후3시쯤 토요일늦게까지 예산안심의활동을 계속한 교체위에 이어 보사위에 들러, 과일 바구니를 건네주며 이들을 격려했던것.

0...황장관은 이날 환경처측의 새해예산안 제안설명이 끝난뒤 야당측에서 해명과 사과를 요청하자 황장관은 [요즘 젊은기자들 나한사람 죽이기위해 별의별 접근을 다하고 있다]면서 특정신문이 마치 내가 잘못했고 그래서 나를 고발하는 것처럼 썼다. 나는 목사의 아내로 많은 여성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하고 [잘모르는 국민이라고 말한것이 {무식한 국민}으로 와전됐다]고주장했다.

황장관은 이어 자신도 모르게 흥분된듯 [기자들은 그런것 쓰면서 굉장히 좋을지 모르지만...] [교인들 보기에 민망하다] [나의 살아온 인생은 어떻게 되는가] [의원들도 사실 섭섭하다] [나는 앞으로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요한과같은 구실을 하겠다]는등 좌충우돌식의 발언으로 일관, 빈축을 샀다.이어 야당의원들이 [이유야 어떠하든 물의를 일으킨데 사과하라]는 지적에황장관은 [물의를 내가 일으킨 것이냐. 언론책임이 강하다]면서 [사과할수 없다]고 버티기도 했다.

장기욱위원장이 [이자리는 장관의 인생관을 듣거나 기자나 장관중 누가 옳은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며 [차분하게 얘기해 달라]고 주문하자 황장관은[사느냐 죽느냐는 큰차이가 나지 않지만 나는 오늘이 생일이어서 더욱 비장한 각오가 든다]면서 [기자들이 찍고 쓰고 하기위해 여기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언론횡포에 나하나 희생되더라도 밝힐 것은 밝혀야한다. 내일 또 신문에 날것을 생각하면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횡설수설.0...이어 오후3시쯤에는 이의장이 보사위원장실을 갑자기 방문, 의원들을 격려했는데 의장의 상임위방문은 전례가 없어서인지 의원들도 어리둥절.이날 이의장이 국감도중 해산된 8대국회얘기를 꺼내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는데 민주당의 양문희의원이 돌연 [의장께서는 평소에 야당편에 서다가도 중요안건처리등 결정적인 순간에는 여당편에 서는것 같다]고은근히 비꼬자 옆에 있던 김한규의원이 [우리 의장께서는 그렇게 하시라고 해도 안할 분이며 특히 불편부당한 입장에 서서 국회를 공정하게 이끌고 있다]며 이의장을 두둔.

마침 그자리를 지키고 있던 황산성환경처장관이 [의장님 의원님들의 사주에흔들리지 마시고 소신껏 일하세요]라고 한술 뜨자 이의장은 [취임때 기자들에게 날치기통과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나는 여야를 다해봤습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일로 정치를 해나갑시다]라고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날 이의장이 방을 빠져나가자 의원들은 물론 보좌진.관계공무원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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