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황영조 아저씨처럼 될래요

입력 1993-11-13 00:00:00

아홉살바기 호철이는 소백산 깊은 산골 달밭골에서 일흔둘의 아버지(동정철씨)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호철이를 낳고 6개월만에 세상을 떴다. 이웃이라곤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화전민 4가구, 모두 노인들이다.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 산골마을에서 호철이는 병든 아버지를 돌보며 나뭇짐도 지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하며 학교에 다닌다.

올해 3학년인 풍기북부국교 삼가분교까지는 9km. 호철이는 매일 20여리의 산길을 한달음에 내달려 전교생이 10명인 학교를 오간다. 그래서 같은 또래들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가볍지만 호철이의 뜀박질 솜씨는 담임 장정식교사(46)가 혀를 두를 정도다. 장교사는 호철이가 훌륭한 마라톤선수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매일 산을 두개 넘는 20리길을 숨도 차지않고 달려오고 갑니다. 호철이는심장이 튼튼해서 좋은 지도자만 만나면 크게 자랄 수 있다고 봅니다" 장교사는 호철이가 {제2의 황영조}를 꿈꾸며 제길을 가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보였다.호철이는 친구들이 {소백산 타잔}으로 부르기도한다. 산을 {날아다니는} 날쌘 몸짓도 그렇지만 산토끼.꿩.산비둘기가 어디 살고 새끼를 몇마리 낳았는지손바닥보듯 꿰뚫고 있기때문이다. "삼각자와 자전거를 갖고 싶습니다" 둘중하나를 고르라면 삼각자를 택하겠다는 호철이는 TV를 맘껏 보는 것도 소원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도 학교에 남아 TV를 보다 늦은 산길을 줄달음치는수가 많다.

호철이는 영풍군이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해 매달 지원하는 쌀과 부식비로아버지를 모시지만 언젠가 마라톤선수가 되어 소백산을 훨훨 날아다닐 꿈을꾸는 {동화속 어린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