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상층부 기류변화

입력 1993-11-13 00:00:00

요즘 민자당의 상층부기류가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새정부출범이후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던 최형우전총장과 김덕룡장관이 퇴조하는반면 정국의 한켠으로 물러서있던 황낙주국회부의장과 황명수총장, 김윤환의원이 상승하는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정가에서는 일단 전자를 {개인적으로 뭔가 큰일을 도모하려는 인사}로, 후자를 {당을 안정시켜 대통령의 개혁을 사심없이 지원하려는 인사}들로 대체로분석하고 있다.

정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여권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이유는무엇이고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가하는 대목이다.우선 정가는 일단 여권의 흐름이 이런식으로 전환된 배경에는 일단 청와대의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전총장과 김장관은 당의 결속을 해치는 자충수를 둠으로써 자신들의 설 땅을 줄인 경우이다. 김장관은 새정부출범이후 꾸준히 자신의 인맥들을 정부곳곳에 심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해오는등 후일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오면서구설수에 올랐고 최전총장은 아들의 부정입학문제로 사무총장직을 내놓고 은둔생활을 하다가 최근 차기당대표를 노리며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타계파의견제를 받은바 있다. 특히 그는 김종비대표의 자격론을 거론, 당을 시끄럽게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결국 두사람은 당내 계파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은 인물들이다. 이들 인사들이 새정부초기의 민정계의원들처럼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전총장은 11월초 들어와서 계속 예정된 개혁강연일정등 각종 스케줄행사를거의 취소했고 불가피하게 참석하는 경우라도 정치얘기는 입에도 담지 않는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요즘 심사를 반영하듯 보좌진들에게 말끝마다 [머리깎고 산에나 들어가야지]라는 자신의 신세타령을 자주 읊조린다고 한다.김장관은 요즘 당에서는 얼굴보기가 힘들며 언론과는 접촉을 되도록 피하고있으며 정치인들과의 만남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의 언행이 전혀 언론에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구기동에 개인사무실을 개소, 정계개편을 구상한다는 소문만 들릴뿐이다.

이에비해 황국회부의장과 황총장, 김전총장이 근래 당내인사들과 잦은 모임을 갖고 있어 대비를 이루고 있다.

황부의장은 연일 민정계의원들과 접촉하면서 당의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황총장도 지난 5일과 10일에 최전총장과 김장관을 뺀채 민주계의원들을 두루 접촉하는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지난5일에는 박관용청와대비서실장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만간 계파를 초월, 20여명과 또한차례 만남을가질 예정이다. 김의원도 민정계의원들과 잦은 회동을 갖고 있고 최근 추대위22인모임을 가지려고 하다가 언론에서 요란하게 반응하자 취소한바 있는데15일쯤 일부민정계의원들과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당을 시끄럽게하는 인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계인황부의장과 황총장은 소위{왕당파}로 당내의 각계파가 화합해 대통령의 개혁을 원만히 지원하고자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대권이나 당의 헤게모니를차지하려는 의사가 없는 순수파들이다.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당을 분란시키는 최전총장은 불만의 대상이다. 청와대와 교류를 갖고 있는 재선의 민주계왕당파모의원은 최전총장이 김대표를 공격하고 나서자 [최전총장이 왜 그러는지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들은 특히 민정계를 인정하는 부류들이다.김의원도 최근까지 흐트러진 민정계를 잘 추스려와 청와대측으로부터 이같은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그의 분주한 움직임은 독자적인 행동이 아니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가는 여권내에 형성된 이같은 기류가 결국 청와대가 당을 안정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더 나아가 민정계의 현실적인 인정을 뜻하지 않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와관련 김대표의 연임설이 다시 부상하고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또 대통령이 최근 밝힌 경제우선주의 미래지향주의정책으로의 방향전환과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최전총장과 김장관이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지녀온 인사들인 만큼 언젠가는 다시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 김의원에 대한 청와대의 배려가 일시적인 것인지 깊숙한 것인지도 관심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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