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구청장은 매일 오전 7시30분쯤 집을 나선다.교통실태를 살피는등 관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출근하면 대략 40-50분정도 걸린다.
간부회의를 시작으로 그가 하루에 처리하는 업무는 수십건의 서류결재, 중요사항에 대한 보고청취, 현장확인, 행사참석, 민원인상담등으로 빡빡하다.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난뒤 그에게는 새로운 업무가 하나 더 생겼다. 하루평균 2-3통, 많을때는 10통이상씩 걸려오는 주민들의 전화를 받는 것.30년이상 공직생활을 한 그이지만 이때만은 진땀을 뺀다.
*수화기들고 설득
정당한 내용의 전화도 있지만 "왜 내 차만 딱지를 끊느냐" "다른 무허가 건물은 놔두고 내건물만 철거해도 되는가" "포장마차도 못하게 하니 생계가 막연하다" "공무원이 불친절하다"는등 항의성 전화도 많다.
한통화에 5분-10분씩 수화기를 붙들고 상대방을 설득해 납득시키면 그나마다행이지만 다짜고짜 욕부터 하거나 "청와대에 진정하겠다"는 엄포를 들을때면 씁쓰레하다.
K청장은 "전화공세는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높아진 탓"이라면서도 "한창 일하는 중에 억지를 부리는 전화를 받으면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구청장의 직급은 국가직 4급. 공무원사회에서는 나름대로 출세했다고 여겨지는 자리다.
그러나 K구청장은 "구청장방을 찾아와 무턱대고 따지고드는 민원인을 만나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때는 공무원신분에 대한 회의도 든다"며 "문민정부가들어서면 모든것이 잘 될줄로만 알았는데 실망스러울때도 있다"고 했다.*사기저하부작용도
K구청장처럼 새정부들어 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또 공직사회가 새롭게 달라진 것도 있지만 오히려 부작용도 더 많다는 것이중론.
민원인들의 전화공세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정과 재산등록(공개)으로 공직사회가 위축된데다 봉급동결과 세금추징까지 겹쳐 공무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일하려는 분위기가 아예 사라졌다.
더욱이 소신있는 행정을 했다가 집단민원이 발생, 상부기관의 감사대상이 돼한바탕홍역을 치르는 일도 잇따라 몸사리기풍조가 만연된 것도 큰 문제라고지적한다.
모구청장은 "그러나 일부에서 공직사회를 동즉손(동즉손:움직이면 손해만 본다)또는 복지부동(복지부동:납작 엎드려 움직일 줄 모른다)이란 신조어로, 또는 대형사고의 책임을 공무원의 기강해이만으로 몰아붙이는 데는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비난일색엔 분통
사람이 날이 추우면 움츠리는 것은 당연지사일 뿐이고 흠결있는 공무원도 더러 있지만 대다수 공무원이 맡은바 직무에 충실해왔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
많은 공무원들은 "새정부들어 공무원이 사정대상으로만 국민들에게 인식돼공직사회전체가 비난을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정이란 수술이 끝나면공무원들이 창의성을 가지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조성도 뒤따라야진정한 공직사회의 개혁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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