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홀로서기 아득한가

입력 1993-11-02 08:00:00

검찰의 홀로서기와 사정의 형평성과 관련해 그동안 주목돼오던 이원조씨의수뢰혐의에 대한 내사가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제 검찰은 이씨가 안영모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가 있어 내사를 벌였으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내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약속해온 검찰권독립에 의심을 품게하는 조치다.이씨사건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된 것은 이씨가 5.6공에서 금융계의대부로 정치자금모금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지난 14대 대선때엔 민자당의 선거자금마련에도 큰 역할을 했는데 새정부의 첫 사정작업인 동화은행 불법비자금조성사건 수사중에 이씨의 수뢰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이씨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것인지 주시를 했는데이씨가 내사중에 일본으로 출국한 것이다. 이씨의 출국이 당국의 묵인아래이루어졌다는 비난이 높았다. 이씨를 깊게 수사하면 대선때의 선거자금과 관련하여 새정부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에 사전예방조치로 이씨를 내보냈다는 소문이 여론을 솔깃하게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씨의 수뢰혐의를 당초 자신있게 확인했다고 큰소리치던 검찰이 목소리를 죽이기 시작하더니 어제 내사종결을 밝힌 것이다. 이것은 검찰에 대한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가 아닐수 없다. 우리 검찰이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 완벽한 검찰권을 행사할수 있는, 검찰의 홀로서기는정말로 멀고도 멀다는 느낌을 다시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새 정부들어 검찰은 다시 태어날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하면서 개혁시대에 맞추기 위한 조치를 여러차례 취했다. 그러나 정치권력과 관련되는 사안에 부닥치면 추상같던 검찰권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행태를 버리지는 못했다.새 정부들어 8개월만에 개혁의지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검찰총수가 또 바뀌었다. 새 검찰총수는 검찰권의 독립을 강조하면서 취임했는데 국민들을 또 실망시켰다.

이번 이씨에 대한 내사종결조치는 검찰권독립에 신뢰성을 잃게한 결정적 계기가 된것은 부인할수 없는 상황이다. 새 진용을 갖추고 공정한 검찰권행사를국민들에 약속한 검찰이 자신만만하게 수사의지를 보였던 사건을 물증이 없어 내사종결한다는 얘기는 또한번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라할 수 밖에 없다.이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 남아있던 사람들만 구속됐고 공권력을 조롱하듯 국외로 달아난 사람들은 자유의 몸이 돼있다.

이같은 모순된 법집행을 바로 잡아나가야 할 검찰이 그런 의지를 보이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검찰을 믿겠는가. 거듭 태어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보이겠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밝혀온 검찰이 이씨의 내사종결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 이번 조치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긴 것이다. 우리 검찰은 이태이검찰처럼 될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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